[인터뷰] 박정 "탄소중립·순환경제는 시대적 과제…법제 지속 보완"
[편집자주] '플라스틱 제로의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하는 지혜를 모으는 '2023 제주플러스국제환경포럼'이 오는 7일과 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포럼의 주제인 '플라스틱, 순환경제 그리고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을 화두로 주요 인사들로부터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과제와 대응전략을 들어 봤다.
(서울=뉴스1) 오미란 기자 =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경기 파주시을)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시대적 과제로 꼽으며 관련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2023 제주플러스국제환경포럼'을 앞두고 최근 뉴스1 제주본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본격 시행되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등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대해 "가능한 모든 과제에 강한 이행 강제력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특히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 기술 발전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5월 제주특별자치도가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제주도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먼저 지난 6월 위원장 선출 직후 당선 인사에서 "환경문제는 정말로 상황이 엄중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기후위기 상황을 가장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20일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최종 승인하면서 '기후위기에는 더이상 선택지가 없고 앞으로 10년 안에 지구의 존폐가 달렸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기후위기가 더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대단히 부족했다. IPCC의 보고서 승인 다음 날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계획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의 산업부문 감축률을 14.5%에서 11.4%로 낮추고, 국외 감축을 1.5%(400만톤) 늘린 것 등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NDC 40% 감축이라는 목표는 그대로 두면서 매년 감축량을 늘려 마지막 해에 감축해야 할 배출량을 올해의 10배인 9000만톤으로 설정했다. 모든 책임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 상임위 회의 첫 인사 때는 환노위가 다뤄야 할 중요한 의제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꼽았다. 현재 어떤 세부 과제에 역점을 두고 있나.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는 대단히 많다.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탄소중립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은 물론, 모든 주체가 강한 실천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의 성과, 변화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가능한 모든 과제에 강한 이행 강제력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세부적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폐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과정에서 비용 절약, 자원 확보, 환경 보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 기술 발전을 적극 지원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또 시행 전후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나.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자원순환기본법'을 전면개정한 것으로 생산·유통·소비·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의 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국민의 책무가 상세히 담겨 있고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조항들도 나열돼 있다.
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환경부 등 정부는 본격적인 순환경제 전환을 준비해 왔는데 산업계 등에서 여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순환경제사회는 모든 구성원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법에 따른 제도가 전면 시행되고 나면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제도를 보완해갈 수 있는 대안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순환경제가 탄소 중립과 함께 시대적 과제라는 목표로 추진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측면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겠다.
- 현재 환노위에 계류돼 있는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향후 논의·처리 방향도 궁금하다.
▶지난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이 법이 발의된 뒤 약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법이 발의되기 훨씬 이전부터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 왔고, 올해 3월 대대적인 토론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있었다. 이 토론회에는 국회, 정부, 기업,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언론 등이 참여해 높은 관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과 국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미국, 유럽연합 등은 이미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표준에 맞추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제정법인 만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도 필요하고,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정기국회를 한 달여 앞두고 있어 물리적 시간을 고려해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양당 간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관련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
- 지난 5월 제주특별자치도는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률을 2020년 대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동시에 소각·매립 처분율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주된 골자다. 국회나 정부 차원의 연계 지원·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2021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47만5692톤이고, 그 중 15.1%인 7만2029톤이 폐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 제로'를 선언한 건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과 각종 시설 장비 투자 등을 고려할 때 탈플라스틱의 생산 유발효과는 1조4344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420억원, 고용 유발효과는 6만7795명 등으로 추산된다. 우도면에서 시작된 탈플라스틱 프로젝트가 제주 전역으로 확대돼 더 큰 도약을 준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긍정적인 노력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현재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 시행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최근 감사원의 지적으로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시행을 위해 어떤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나.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없나.
▶감사원의 지적대로 제도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노력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회용컵을 수집·운반할 업체가 보증금제 시행 대상 사업장보다 턱없이 부족하고, 도서·산간 지역에서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제도가 시행 중인 제주도에서도 수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가장 큰 한계는 판매자의 책임이 낮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판매자의 재활용 책임을 강화할 목적이라고 명시했지만, 실제는 소비자가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납해야 이를 돌려받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수익을 내는 판매자에게는 왜 수거 외 별다른 재정적 기여를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회용컵을 사용해 수익이 발생하는 대형 커피전문점이 일회용컵 회수를 책임지도록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검토하는 등 시행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가맹사업의 경우 가맹점이 아닌 가맹사업자로 간주하는 법도 시급히 논의돼야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환경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재의 문제다. 당장은 편할 수 있어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가 '2023 제주플러스국제환경포럼'을 통해 플라스틱, 순환경제, 탄소중립 사회라는 주제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대단히 고마운 마음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제주포럼 개막강연에서 "지구오염으로 인해 후 세대의 번영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마음이라면 수많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늦지 않았고, 우리는 바꿀 수 있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끝없이 노력하겠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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