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근로자? 다른 육아 환경 다 갖춘 다음에나 고려”

박송이 기자 2023. 9. 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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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본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8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주간경향] 지난 7월 31일 고용노동부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해 안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국내에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으며 최소 6개월 이상 서울시 가정에서 일할 예정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가사노동자 도입은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도 해결되지 않을 때, 맨 마지막 단계에서나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장시간·불안정 노동, 높은 집값, 성불평등 등 출산 및 양육을 어렵게 하는 조건들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의당이 제안한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정책을 예로 들며 “여러 연구를 통해 주거가 출산율과 높은 상관성이 있음이 드러났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2023년 본예산에서 공공주택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했다”고 지적하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전체적인 조건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여러 우려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숙박하지 않는 출퇴근형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수도권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이들이 실제로 생활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가사노동자들은 노동법 바깥에 있었다. 지난해 가사노동자법이 통과되면서 이제야 최소한의 보호를 받으면서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만들어나가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내국인 가사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출생 대책으로 효과는 어떨까.

“실효성 없는 정책이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저출생 대책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은 외국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전체적인 조건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캐나다에서 출생률이 가장 높은 주는 공공돌봄 같은 육아 지원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는 퀘벡주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서도 해결이 나지 않을 때 맨 마지막 단계에서나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다.”

-고용노동부는 가사노동자의 고령화, 공급 부족 등을 막기 위해서는 외국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사노동자뿐만 아니라 돌봄노동자 대부분이 고령화되고 있다. 돌봄노동이 노동강도에 비해 저임금이고, 노동환경 또한 열악하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자는 돌봄노동 특성상 폭력, 폭언 심지어는 성폭력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미비하다. 그러다 보니 노년층에서 공급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고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빠른 속도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복지는 일자리다.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올 수가 없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듣고 여러 차례의 조사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해서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가정관리사협회나 가사·돌봄유니온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데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마치 군사작전하듯이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 또한 결국 다른 산업 분야보다 돌봄노동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저출생 완화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의당은 지난 5월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했다.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민법(혼인평등법), 혈연 및 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 ‘비혼 출산’을 법적으로 보장한 모자보건법(비혼출산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는 저출생 위기가 대두되자 혼인을 하지 않은 관계에서 낳은 아이에게도 혼인 관계에서 낳은 아이와 동일한 지원을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도 이제는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공주택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집값이 올라가면 출생률이 유의미하게 떨어진다. 아이를 낳으려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2021년 서울시 청년 신혼부부 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주택 입주가 출산으로 이어지는 정황이 나타났다. 공공주택에 입주한 가구가 미입주한 가구보다 둘째를 낳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여러 연구를 통해 주거가 출산율과 높은 상관성이 있음이 드러났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2023년 본예산에서 공공주택 예산 5조7000억원 전액을 삭감하려 했다. 이중 6600억원만 겨우 살아남았다. 공공주택 구성 비율이 전체 주택에서 25%는 돼야 한다. 정의당은 국가가 개발한 택지는 공공임대주택으로만 공급하고, 분양하더라도 국가에만 되팔 수 있는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정책을 제안했다. 지금은 공공임대주택을 짓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민간분양을 하기 때문에 LH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지어도 공공임대주택 비율 자체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조건을 만들어야지 극히 소수 계층만이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같은 정책만 되풀이해서는 저출생을 해결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저출생 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회에서 유의미한 논의가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양당제의 문제다. 개별적으로 국회의원을 만나보면 당을 막론하고 의외로 저출생 위기를 깊이 고민하는 의원이 많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시스템은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을 하면 재선하기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국정감사에서도 정책보다는 중요한 정쟁 이슈에 대해 한마디라도 보태야 언론에 나오고, 지역에서도 잘했다고 하고 당에서도 주목받는다. 그러다 보면 정책에 집중하기가 정말 어렵다. 선거제도나 정치시스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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