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도움 못 받는 우리는요?"…증여세 혜택 없는 예비부부는 한숨

안재용 기자, 김성은 기자, 박소연 기자 2023. 9.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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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결혼자금 3억 비과세, 저출산 해법?②
[편집자주]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약 12억원에 달하는 시대다. 청년층이 결혼해도 부모의 도움없인 전세조차 얻기 어렵다. 정부가 증여세 면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부부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려는 이유다. 9월1일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그러나 계층간 불평등을 키운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이 감세안의 실효성과 공정성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신랑 김모씨와 신부가 11일 오후 서울 광나루한강공원 장미원에서 열린 합동 결혼식에서 입장을 하고 있다. 이번 결혼식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KB증권과 사회공헌사업으로 사회취약층을 대상으로 자치구 및 사회복지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장애인·다문화, 북한이탈주민·다문화 가정 두쌍이 선정돼 무료로 합동 결혼식을 올렸다. 2023.6.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식들을 더 도와줄 수 있게 되는 건데 부모로서는 당연히 좋다. 요즘 1억5000만원은 집 구하는 데 일부 보태는 정도인데 그것마저 세금으로 얼마씩 토막 나면 되겠나."(자식이 결혼을 앞둔 60대 A씨)

"솔직히 증여세 면제 받을 만큼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그냥 (증여세) 내도 상관 없지 않을까."(내년 2월 결혼 예정인 20대 B씨)

정부가 1일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예비 신혼부부가 결혼할 때 직계존속(부모 등)로부터 부부합산 3억원까지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결혼을 앞둔 20∼30대는 결혼준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하락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획기적인 조치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예비 부부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모세대들은 대체로 결혼자금 증여재산 세액공제 신설 방안을 반겼다. 어려운 살림에도 자녀 결혼에 도움이 되고자 결혼자금을 증여하는데 세금으로 적지 않은 돈을 떼이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한 20대 직장인 C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직접 결혼을 준비해보니 부모님 지원 없인 어려운 점이 많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부모님들은 자식 잘 되라고 물려줄 것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으려고 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결혼할 때) 증여세를 떼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반면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다른 20대 직장인 B씨는 "이게 누구에게나 필요한 제도는 아닌 것 같다"며 "(증여세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넓은 계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 30대 D씨는 "증여세 자체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결혼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깎아준다는 건 나쁘진 않다고 본다"면서도 "(세법 개정시 추가 공제되는) 2000만원 정도 세금을 깎아준다고 결혼하는 사람이 늘어날까.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액공제 적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30대 E씨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신혼부부만의 힘으로 주택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적용기간이 혼인신고일 전후 2년으로 짧아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며 "실질적으로 부모님들의 증여가 주택구입시에 많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적용기간을)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인 7년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녀가 결혼을 앞둔 부모 세대는 대체로 호평했다. 30대 자녀를 둔 60대 F씨는 "내가 1억5000만원까지 증여를 해줄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조금이라도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건데 좋다고 생각한다. 꼭 부잣집 아니라도 현실적으로 자녀들 결혼할 때 얼마씩은 보태주지 않나"라고 했다.

자녀가 내년초 결혼하는 다른 60대 G씨 역시 "나는 못해주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식 결혼하는데 도와주겠다는데 그걸(세액공제) 배아프다고 (도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대기업 임원 출신 50대 H씨는 "그거 증여해 줄 사람 몇이나 될까. 나는 못해줄 것 같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현재 미혼인 30대 머니투데이 더300 기자 4명에게 이에 대해 물은 결과 "출산율을 생각하면 어떤 정책이라도 필요하다" "출산했을 때 증여세를 감면하는 게 실익이 있는 것 같다" "그간 증여세를 내지 않고 차용증을 쓰는 등 탈법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는데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효과가 있다" "혼인신고 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신고를 하게 해 출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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