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도 고양이가 있을까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 2023. 9. 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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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묻을 때 무덤에 여러 물건을 넣었다.

개, 말, 개구리, 오리···. 사람과 함께 지상의 삶을 영위하던 동물들은 이제 아주 조그마한 동행자가 되어 죽은 이의 곁을 따른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소망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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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되는 동무’. 반려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입니다. 고양이, 개, 식물 등 짝을 이뤄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의 단상을 담았습니다.
전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서 선보이는 여러 동물 모양 토기. ⓒ김영글 제공

옛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묻을 때 무덤에 여러 물건을 넣었다. 생전에 쓰던 옷이나 장신구를 넣어주기도 하고, 죽은 이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물품을 묻기도 했다. 이를 '껴묻거리'라 한다. 중국 산시성에 있는 진시황의 무덤에서는 무기를 든 병사를 실제 크기로 만든 테라코타 모형이 8000여 점이나 발견되었다. 불멸을 꿈꿨던 황제는 철옹성 같은 무덤을 만들어 사후에도 자신을 지키고 싶었나 보다.

수메르 문명이나 고대 이집트, 중국 상왕조, 고조선 시대에는 순장의 풍습이 있었다. 권력자가 죽으면 무덤에 시종이나 노예, 심지어 가족을 산 채로 함께 묻었다. 무덤에 무엇을 넣느냐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내는 질문이다.

지난 5월 국립중앙박물관은 함안, 경주 등지에서 발굴한 토기를 통해 고대 사람들의 생활과 내세관을 재조명하는 전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을 열었다. 신라와 가야에서는 사람, 동물, 사물의 모양을 본떠 흙으로 빚은 토기(상형 토기)와 그러한 장식을 붙인 토기(토우 장식 토기)를 껴묻거리로 넣었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쓰고 만지던 것들을 사후세계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축소해 만든 것이다. 조그맣게 빚은 집이 있는가 하면 수레, 쪽배, 짚신, 등잔도 있다. 이 토기들에는 죽은 이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동안 힘들지 않기를, 어둡지 않기를,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사물들의 곁에서 시선을 한층 사로잡는 건 동물들의 모습이다.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해줄 새나 뿔을 지닌 상서로운 동물도 있지만, 대부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물이다. 개, 말, 개구리, 오리···. 사람과 함께 지상의 삶을 영위하던 동물들은 이제 아주 조그마한 동행자가 되어 죽은 이의 곁을 따른다.

대구 달성 지역에서 출토된 집 모양 토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을 둘러보던 내 발길을 작은 집 모양 토기 하나가 붙들었다. 지붕의 용마루 위에 고양이가 사뿐히 올라 아래를 굽어본다. 사다리를 기어오르던 쥐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듯하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소망했을 것이다. 이러한 익살 섞인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죽은 뒤에도 부디 누릴 수 있기를.

토우로 표현된 무수한 동물 중에는 호랑이, 표범도 보인다. 이제는 한국에서 절멸된 동물들이다. 무덤 속의 시간은 멈춰 있다. 옛사람들은 사물도, 존재도, 가능하다면 시간까지도, 잘 묻었다가 고스란히 내세로 보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살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사후세계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다는 이야기다. 어느 만화에서 본 뒤부터 나도 반려묘의 죽음을 생각할 때면 그 장면을 상상하며 슬픔을 희석해본다. 상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한쪽이 죽어도 결코 헤어지지 않으며,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 무지개다리 건너편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고양이의 얼굴을 떠올리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과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조차 인간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단절이 아니라 삶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세계로 바라보려 했던 1600년 전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나 이해하면서도.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에서만은 동물들이 인간과 엮이지 않은 더 고요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찾아 편안히 쉬었으면 싶기도 하다(전시는 10월9일까지다).

김영글 (미술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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