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껌딱지' 레길론, 당분간 적으로 만난다…맨유로 최소 반 시즌 임대

김환 기자 2023. 9. 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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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 이미지, 토트넘

[포포투=김환]


세르히오 레길론은 자신이 좋아하는 손흥민과 당분간 적으로 만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길론이 2024년 6월까지 맨유에 임대로 합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레길론은 맨유를 통해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빛나는 역사를 가진 위대한 클럽을 대표할 기회를 거절할 수 없었다. 에릭 텐 하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난 그가 나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었고, 팀의 성공을 위해 내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난 내가 이번 시즌 맨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모두에게 내 실력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라며 맨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맨유의 디렉터인 존 머터우는 “또 다른 레프트백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우리는 여러 타깃들을 두고 평가한 뒤 레길론을 영입하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레길론은 이번 시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대항전 모두에서 좋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수단에 합류해 곧바로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레길론 영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진=맨유
사진=맨유
사진=맨유

맨유가 레길론을 영입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프리시즌에 타이럴 말라시아를 부상으로 잃고, 시즌이 시작된 뒤 루크 쇼가 부상을 당해 레프트백 포지션에 비상이 걸린 맨유는 이적시장 막바지 급하게 임대로 데려올 선수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마크 쿠쿠렐라와 함께 레길론이 물망에 올랐고, 맨유는 레길론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레길론 입장에서는 뜻밖의 기회가 온 셈이다.


스페인 출신의 레프트백 레길론은 레알 마드리드 유스를 거쳐 레알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어린 레길론이 레알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레길론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토트넘 이적을 선택했다. 당시 레알이 후에 레길론을 다시 영입할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삽입했다는 소식에 많은 토트넘 팬들이 레길론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레길론의 활약은 저조했다. 시즌 초반에는 활약이 준수했지만, 시즌이 뒤로 갈수록 레길론은 반복되는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리그에서 선발로 26경기에 출전했지만 3도움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고, 수비 상황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시즌도 마찬가지로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시즌 막바지에는 맷 도허티와 라이언 세세뇽에게 밀려 출전하지 못하다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에는 임대를 떠났다. 이반 페리시치까지 합류해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다는 걸 느낀 레길론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임대로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당한 부상으로 한동안 출전하지 못했고, 출전한 뒤에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 임대를 마치고 토트넘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에도 주전 경쟁이 힘들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프리시즌에 보여준 경기력은 괜찮았지만, 본 시즌이 시작되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레길론보다 데스티니 우도기를 신뢰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플랜에서 제외된 선수들에게 떠나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레길론의 이적은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이적이나 다름없다.


레길론의 맨유 이적은 예정된 일이었다. 공식 발표에 앞서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레길론이 맨유로 간다. 토트넘과 임대 이적을 두고 구두합의를 마쳤다. 현재 메디컬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1월에 임대 복귀 조항이 삽입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적이 확정됐을 때 사용하는 'Here We Go'도 있었다.


또한 로마노는 텐 하흐 감독이 맨유가 레길론을 영입하는 걸 인정했다고 전했다. 로마노에 의하면 텐 하흐 감독은 레길론의 이적설에 대해 "맞다. 레길론은 우리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라고 했다.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사실상 맨유 이적이 확정된 상태였던 것.


다만 레길론이 맨유에서 얼마나 뛸지는 모른다. 당장 부상으로 레프트백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출전할 수는 있겠지만, 말라시아와 쇼가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레길론의 출전 시간은 보장할 수 없다.


맨유가 이번 계약에 임대 조기 종료 조항을 넣은 이유다. 레길론이 엄청난 활약을 펼치지 않는 이상, 쇼와 말라시아가 모두 돌아온다면 맨유 입장에서도 레길론을 기용할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 맨유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레길론을 토트넘으로 돌려보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임대 조기 종료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맨유가 쿠쿠렐라를 영입하지 않은 이유와 같다. 쿠쿠렐라는 이번 시즌 첼시 소속으로 이미 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맨유로 이적할 경우 겨울 이적시장에서 다른 클럽으로 떠날 수 없다. 맨유는 꼼짝없이 선수를 임대로 데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번 시즌 출전한 적이 없는 레길론을 선택한 것이다.


한편 레길론은 맨유 이적으로 인해 가장 친하게 지내던 손흥민과 다시 이별하게 됐다. 레길론은 토트넘에서 지내는 동안 손흥민을 잘 따르는 모습으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토트넘이 구단 공식 채널로 무언가를 올리면 레길론은 언제나 손흥민에게 붙어 있었다. 경기 중에도 손흥민이 득점을 터트리면 레길론은 곧바로 손흥민에게 달려와 함께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는 했다.


아틀레티코로 임대되며 1년 동안 손흥민과 떨어져 있다 토트넘으로 돌아온 뒤에도 손흥민부터 찾았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임명됐을 때 공개된 영상에서 레길론은 손흥민보다 앞에 앉아서 손흥민이 주장으로 호명되자 뒤를 돌아 손흥민을 쳐다봤다. 그만큼 손흥민에 대한 애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던 레길론이다. 하지만 레길론은 손흥민과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손흥민과 적으로 만나게 됐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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