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섬] 6m 케이크로 "해피버스데이"…1년 내내 촛불 켠 생일도
생일축하 받는 기분으로 찾아와 힐링하기 좋은 섬
[편집자주] 전남도가 2015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가고 싶은 섬' 사업. 풍광, 생태,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남의 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섬 정주여건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뉴스1>이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특색있고 매력적인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 전남의 주요 섬을 직접 찾아 그곳만의 매력을 들춰봤다.
(완도=뉴스1) 김태성 기자 = 1년 내내 생일케이크에 불이 켜져 있다.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는 모든 별빛을 껴안기라도 하듯 섬을 지키는 케이크 등대가 유난히 환하게 빛난다.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군도로 이뤄진 전남 완도군의 '생일도(生日島)' 얘기다.
완도 약산면(약산도) 당목항에서 170톤급 철부선을 타고 섬을 향해 출발한다. 하루 편도 7회 운항하며 한 번에 소형차량 22대, 승객 180명을 태울 수 있는 카페리다.
30분가량 걸리는 뱃길이지만 양옆으로 보이는 섬들과 바다 위에 펼쳐진 양식장들에 정신을 빼앗기다보면 바로 안내 멘트가 나온다. 곧 생일도에 도착할 예정이니 준비하라고.
서성항에 도착하면 커다란 생일케이크 조형물이 반기는데 해산물과 과일로 장식한 케이크에 대형 초가 꽂혀 있다. 높이 5.8m로 폭 2.7m의 3단 원형이며 국내에서 가장 큰 생일 케이크 포토존이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케이크 앞으로 달려가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며 서로 인증샷 찍는 게 일종의 '룰'로 피해갈 수 없다.
생일도는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섬이다. 일반적으로 생일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백운산 등산과 섬 드라이브 하는 두 가지.
백운산(483m) 등산코스는 일출공원과 학서암을 거친다. 학서암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면 완도, 고흥, 여수 주변 다도해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맑은 날씨에는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취해 구름도 머문다는 백운산, 상서로운 학이 머문다는 학서암, 금빛 모래사장과 동백숲이 아름다운 금곡해수욕장, 용출 갯돌해안, 구실잣밤나무 군락지, 탐방로 등 장소마다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섬이다.
생일도가 속한 생일면은 2개의 유인도와 12개의 무인도가 있다. 전남 완도군 12개 읍·면 중 가장 작다. 면적 15.5㎢(완도군의 3.8%)에 760여명이 거주한다.
생일도 주민 대부분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생일도 곳곳에 광어 양식장과 전복 치패 종묘장이 자리해 있다.
섬을 지나다가 빈공간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파란 그물망이 덮인 다시마밭(다시마 건조장)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시마는 66어가에서 연간 700여톤을, 청각은 58어가에서 633톤을 생산하고 있다.
생일도란 지명은 처음에는 산일도(山日島), 산이도(山伊島)라 불리다가 주민들의 본성이 착하고 어질어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고해서 날생자(生)와 날일자(日)를 붙여 생일도라 부르게 됐다.
다른 유래는 예로부터 험한 바다에서 조난사고와 해적들 횡포가 심해 이름을 새로 짓고 새로 태어나라는 뜻에서 생일도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전남도와 완도는 '늘 새롭고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섬' 생일도의 지명과 자원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남도는 2015년 '가고 싶은 섬'으로 생일도를 지정해 2022년까지 관문항과 탐방로 정비, 펜션 리모델링 사업 등을 진행했다.
해안절벽을 따라 '생일섬길'을 조성했다. 2시간 10분 거리의 백운산 탐방로와 1시간에서 1시간 50분 거리의 A,B,C코스로 왕복 2~3시간인 금곡리-용출리 코스를 비롯, 총연장 14㎞의 둘레길은 오감을 자극한다.
아까시꽃과 때죽나무꽃, 밤꽃의 향이 진동하고, 생달나무와 동백나무가 줄지어 숲 터널을 이룬다. 생일섬길에 놓인 30개가량의 생일케이크 돌탑도 이때 생겼다.
바쁜 일상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멍때리기 좋은 장소로 용출리 몽돌해변에서 빼어난 해안 경관을 조망하며 너덜겅에 앉아 파도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크고 작은 바위에 물길이 흘러내려 생성된 암괴류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다.
숙박시설도 넉넉하게 갖췄다. 섬에는 생일섬길과 이어져 있는 이엘리조트, 금곡해수욕장에 인접한 골드밸리 리조트, 마을기업인 금곡펜션 등 20여곳의 숙박시설이 있다. 생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숙박업을 하는 주민들도 점차 늘고 있다.
섬에서 어영차 민박집을 운영하는 신중근씨는 "가족 단위 관광객뿐만 아니라 생일 맞는 연인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며 "한적하고 작은 섬이지만 낚시, 등산, 야영, 산책 등 다양하게 섬을 즐기려는 이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생일에 섬을 찾으면 특별한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생일자는 뱃값이 무료다. 관광객이 미리 신청하면 서성항 대합실 2층 전광판에 생일축하 문구가 나오는 환영인사도 받을 수 있다.
생일선물로 지역특산물인 미역과 다시마까지 듬뿍 안겨준다. 면사무소에는 생일자에게 축하 이벤트로 기념 촬영과 선물 전달을 해주는데 하루 두세건씩 생일파티가 이뤄진다고 한다.
서말순 생일면장은 "소소하지만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생일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1년 내내 생일처럼 새로운 날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이 특별한날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가족 섬'으로 선정된 바 있는 생일도는 생일날 찾으면 좋지만 언제든 생일 축하받는 기분으로 찾아와 힐링하기에 좋은 섬이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생일을 선물하고 싶다면 완도 생일도로 오세요."
hancut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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