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면 흉터, 먹으면 부작용…난감한 여드름 치료, 신약 나온다 [의술, 이게 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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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에 붉은 점이 솟아오르는 경험을 합니다. 일부는 성인까지 이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치료하자니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습니다. 화장품만 바꿔서는 별 효과를 못 보는 분들이 많고, 약을 쓰자니 피부가 화끈거리고 붉어져 오히려 피부가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먹는 약은 정말 효과가 좋지만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렇게 딜레마에 빠진 여드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했습니다. 40년 만에 새로운 계열의 신약이 나온 겁니다.
선택지는 많지만…신경쓰이는 부작용
여드름의 생성은 크게 4단계로 이뤄집니다. <각질→피지→박테리아→염증> 이런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각질이 피부에 쌓이고, 과다 분비된 피지가 그 각질 밖으로 나오지 못해 쌓입니다. 이 피지를 먹이로 삼는 박테리아가 창궐하고, 이게 염증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각질이나 피지를 관리하는 화장품 회사들의 마케팅 방향이 이런 근거를 통해 나왔습니다.
여드름균을 잡는 약은 '벤조일 페록사이드'(줄여서 BPO라고도 부릅니다)라는 성분으로, 여드름균이 싫어하는 산소를 만들어내 균을 제거합니다. 항생제가 아닌데도 항균제 역할을 하는 약입니다. 하지만 발랐을 때 자극감이 있고 일부 변색 문제까지 있습니다.
각질층을 두껍게 쌓이지 않도록 하는 약은 '레티노인산'이라는 성분을 주로 씁니다. 하지만 특정 피부병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나 세심하게 피부를 관리해 가며 발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내성 문제가 있습니다. 각각의 성분에 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 보니, 각각의 용량을 줄이면서 부작용을 잡는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대신 두 성분을 합쳐서 효능을 최대한 유지·개선했습니다.
[유화정 / 고대안산병원 피부과 교수: 바르는 약을 하나만 쓰다 보면 내성이나 부작용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요즘은 제품 자체가 같이 섞여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3개 중 2개 성분을 섞는다면 3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사용법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어떤 방법이 제일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항생제는 먹는 것과 바르는 것 모두 문제가 같습니다. 내성이죠. 그리고 피임약과 항안드로겐약은 여성만 쓸 수 있습니다. 피임약은 당연하고, 항안드로겐은 남성호르몬이라 남성에게 억제했을 때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가 남았습니다. 피지억제제라고 불리는 이 약은 비타민A 유도체라고도 불리고, 성분명은 '이소트레티노인'입니다. 앞서 설명한 여드름이 생기는 4단계(각질, 피지, 박테리아, 염증) 절차 모두에 관여하는 유일한 약입니다. 당연히 효과가 강력합니다.
문제는 부작용이었습니다. 피부 건조증이 대표적이고, 특히 입술이 많이 건조해집니다. 그리고 상당히 드물지만 일부 장기 고용량 복용자에게는 간수치 상승이나 중성지방 상승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기형아 출산 확률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또, 고용량 동물실험에선 드물게 성장판이 닫히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유화정 / 고대안산병원 피부과 교수: 미국에서는 이 약을 쓰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4주에 한번씩 임신테스트를 해서 한달씩만 처방을 할 수 있고요. 특정 시스템에 의사와 환자, 약사 모두 접속해야지만 처방할 수 있도록 어렵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차선책으로 항안드로겐 호르몬을 처방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임산부 몸에 들어가면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기 때문에 헌혈을 해선 안 되고, 결혼 계획이 있을 때도 시작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약이 몸에 남아 있는 기간이 좀 되거든요. 그래서 끊고 나서 1개월 정도 있어야 임신을 준비할 수 있는 약입니다.]
여드름 치료제가 사실 다른 질환의 치료제와 비교해서 유독 부작용이 심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질환들은 생명이 걸린 상황이 많고, 여드름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가만히 둬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질환은 아니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을 깐깐하게 바라보는 환자가 많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입니다.
40년 만에 등장한 새 치료제
사실 미국에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이런저런 신약들이 있습니다. 항생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먹는 항생제 성분인 '미노사이클린'을 바르는 약으로 바꿨다든지, 혹은 이 성분의 작용 범위를 좁힌 '세레사이클린'이라는 약도 있습니다. 혹은 미노사이클린의 방출을 천천히 해서 부작용을 줄인 약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11월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국내 출시 준비를 하고 있는 신약도 있습니다. '윈레비'라는 이름의 약으로, 40년 만에 새로운 계통의 약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약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여성에게만 쓸 수 있었던 먹는약인 항안드로겐약을 바르는 약으로 바꾼 겁니다. 단순히 같은 성분을 바른다는 개념이 아니고,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부위를 피지로 한정시킨 약입니다. 호르몬의 전반적인 기능에는 작용하지 않으니 남성도 쓸 수 있습니다.
윈레비는 앞선 임상 3상 실험에서 여드름의 병변 개수를 37.3% 감소시켰습니다. 가짜 크림을 바른 위약군은 22.1%가 개선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약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약품은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미국 내에서 70만건 이상의 처방이 이뤄졌다"면서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따르면 이 약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국소 여드름 치료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등장한 여드름 신약 윈레비(왼쪽)와 아클리프(오른쪽).]
이미 국내에 출시된 주요 신약으로 2019년에 나온 바르는 치료제 '아클리프'라는 약도 있습니다. 앞서 바르는 약으로 언급했던 레티노인산의 작용 범위를 좁혀 부작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특히, 얼굴이 아닌 몸통의 여드름에 쓸 수 있는 치료제 허가로 차별화했습니다.
아클리프는 2번의 임상 3상을 치렀습니다. 1천212명과 1천208명으로 합산 2천4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습니다. 모집된 환자는 모두 국제 여드름 평가 지표인 IGA 점수가 3점인 사람들이었습니다. IGA는 가장 정상인 0점부터 가장 심각한 4점까지 여드름 심각도를 분류한 지표입니다. 치료 12주차를 기준으로 IGA 점수를 2점 이상 줄여 점수 0점이나 1점을 달성한 사람을 성공으로 간주했습니다.
두 실험을 합쳐 성공한 환자는 36%였습니다. 첫번째 실험에서 42.6%, 두번째 실험에서 29.4%의 환자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위약군은 합산 22.7%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첫번째 실험에서 25.8%, 두번째는 19.5%였습니다. 다만, 1차 실험에서는 2.5%의 환자가 피부의 자극감 등 약한 이상반응을 느꼈고, 두번째 실험에선 10.8%가 자극을 느꼈습니다.
여드름 치료에 부작용까지 감수하고 싶지 않은 생각은 만국 공통이라, 여드름 치료의 방향은 부작용을 줄인 약, 특히 바르는 약으로 가는 모양새입니다. 여드름은 치료 시기를 잘못 잡으면 평생 흉터까지 남으니, 생명이 걸리진 않았어도 삶의 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입니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치료를 통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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