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성매매 합법화하면 성폭력 줄어들까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결국 남성의 통제할 수 없는 성욕이 문제이므로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우선 정말로 남성의 성욕이 문제인 것이라면 성욕을 통제할 수 있게 교육하거나 통제가 안 되는 경우에는 사회에서 격리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법이 있을텐데 왜 다른 해결방법을 찾는지 의문이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의 차이점은 욕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여성을 자신과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동등한 인간이라기보다 성적 도구 정도로 바라보는 편이다. 또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남성들은 강압적인 성관계를 보면서 흥분하지 않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은 상호 합의에 의한 관계보다 강압적인 관계에 대해 더 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외에도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성욕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여성은 믿을 수 없고 겉과 속이 다른 존재라는 여성을 향한 적대적 인식을 보인다.
또한 자신이 매력이 있든 없든 여성들은 자신을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이상한 자격의식을 보이는 등 “여성과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보이는 것이 성범죄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정상적인 남성들의 경우 성욕이 없어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자들과 달리 성욕은 참을 필요가 없으며 여성은 원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자신의 욕구를 배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의 성적 도구화를 기반으로 하는 성매매 역시 성범죄 확률을 높이면 높였지 낮추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례로 성매수 남성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성구매 횟수가 많은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여성 일반에 대한 성폭력 전과가 많았고 심한 성차별 의식을 보였으며 여성도 강간을 즐기고 강간은 여성이 잘못해서 생긴다는 강간 신화를 믿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남성성 = 공격성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성구매 횟수가 많은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성구매는 강간을 줄여준다"는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폭력 전과도 더 많았다. 성폭력범 다수가 '남성의 성욕은 통제할 수 없다', ‘남성은 여성을 통해 성욕을 해소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 발견이다.
또 성구매 남성들은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성들에 비해 성폭력을 저지를 확률이 높았고 남성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해 낮은 공감능력을 보였다. 이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적인 언행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 듯 가볍게 여기기도 했으며 다른 성구매자 남성들과 일종의 동지애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일반인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기도 했다.
성구매 문화에 노출되는 경험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도 있다. 한 종단연구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포르노나 성구매 산업에 노출되었을수록, 성구매와 관련된 직 간접 경험이 많을수록, 이후 성폭력을 저지르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현상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렇게 많은 연구들이 성구매 경험과 성폭력 사이에 많은 연결고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살인 충동을 참지 못하는 사람에게 살인 체험을 시켜주는 것이 문제의 해결방법이 되지 못하듯 성폭력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성폭력 체험을 시켜주는 것은 올바른 대처법이 아님을 강조한다. 여성과 성에 대해 잔뜩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기에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 Ward, T., Gannon, T. A., & Keown, K. (2006). Beliefs, values, and action: The judgment model of cognitive distortions in sexual offenders. Aggression and Violent Behavior, 11(4), 323-340. doi:https://doi.org/10.1016/j.avb.2005.10.003
-] Farley, M., Macleod, J., Anderson, L., & Golding, J. M. (2011). Attitudes and social characteristics of men who buy sex in Scotland. Psychological Trauma: Theory, Research, Practice, and Policy, 3(4), 369–383. https://doi.org/10.1037/a0022645
- Farley, M., Golding, J. M., Matthews, E. S., Malamuth, N. M., & Jarrett, L. (2017). Comparing sex buyers with men who do not buy sex: New data on prostitution and trafficking.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32(23), 3601-3625.
-Jovanovski, N., & Tyler, M. (2018). “Bitch, you got what you deserved!”: Violation and violence in sex buyer reviews of legal brothels. Violence Against Women, 24(16), 1887-1908.
- Mancini, C., Reckdenwald, A., Beauregard, E., & Levenson, J. S. (2014). Sex industry exposure over the life course on the onset and frequency of sex offending. Journal of Criminal Justice, 42(6), 507-51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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