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人](21) 북송 재일교포 2세 "조총련 만행 공개해야"

최현석 2023. 9.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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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합작품인 재일교포 북송 만행을 공론화해야 합니다."

북송재일교포 2세 출신의 탈북민이자 현직 의사인 최정훈(48)씨는 지난달 31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송 재일교포들은 북한과 조총련의 거짓 선전과 허위 정보에 속아서 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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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의사 최정훈 "北 핵미사일 투자하느라 민간의료 외면"
"재일 교포사회부터 자유민주 기초한 남북통일 이뤄야"
탈북의사 최정훈씨 [촬영 최현석]

(인천=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북한과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합작품인 재일교포 북송 만행을 공론화해야 합니다."

북송재일교포 2세 출신의 탈북민이자 현직 의사인 최정훈(48)씨는 지난달 31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송 재일교포들은 북한과 조총련의 거짓 선전과 허위 정보에 속아서 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도 북한을 찬양하는 조총련을 벌하고 일본 재일교포 사회부터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따라 통일돼야 한다"며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탈북 전에도 의사로 활동한 그는 "북한에도 의료시스템이 있지만 핵과 미사일에만 투자하는 당국의 민간 의료에 대한 무관심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이기도 한 최씨는 "정체성 없이 방황하는 재일교포들은 동북아의 유대인"이라며 "전 세계에 널려 있는 한국 디아스포라(고국 밖에서 정체성과 민족성을 유지하는 공동체)를 안아야 국가 위상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답.

재일동포 북송하는데 쓰인 선박 만경봉호 러시아 소장 북한관련 영상기록물 캡처. <저작권자 ⓒ 2006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부모님은 언제 북송됐나.

▲ 어머니는 1963년 러시아 선박을 타고 외가 식구 10여명과 함께 함경북도 청진으로 갔다. 자수성가한 사업가인 외할아버지가 자식들이 일본에서 '조센징'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북한에 갔는데 장기 인플레이션 여파로 예금한 돈이 휴지조각이 됐다. 부친은 1967년 조총련 산하 고등학교 졸업생 300여명과 함께 북한에 갔다.

-- 북한에서 생활은 어땠나.

▲ 1974년 청진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의사였던데다 일본 친척도 돈을 보내 줘 사는 데 문제는 없었다. 청진의대를 졸업하고 신경과 의사로 근무하다가 청진철도국 위생감염소 의사로 옮겼다. 인맥이 없고 관계 진출이 어려운 재일교포 가족은 의사 등 전문직을 많이 한다.

-- 북한 의료 체계는 어떤가.

▲ 사회주의여서 의료도 병원과 명령 전달 체계 등 시스템이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병원에 전기와 물, 약이 없다. '49호 병원'(정신병원) 등에 입원한 환자들은 음식 공급이 안 돼 영양실조로 굶어 죽는다.

-- 북한에서 마약 문제가 심각한가.

▲ 수십 년 된 문제다. 마약이 뇌졸중 치료제나 설사약, 각성제 대용이라는 그릇된 상식과 외화벌이를 위한 당국 차원의 제조가 마약 활성화를 초래했다. 고난의 행군 직전부터 '백도라지'로 불리는 양귀비를 당국 차원에서 재배해 해외에 팔다가 북한 내에서도 일시적 괴로움을 잊기 위해 소비되며 확산했다. 북한은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가는 마약을 통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남한 사회의 혼란을 유도하는 대남 전략도 쓰고 있다. 안보 차원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니가타(新潟)항에서 열린 재일교포 북송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최정훈(왼쪽)씨 재일교포 북송 사업 60주년을 맞아 1959년 12월 14일 첫 재일교포 북송선이 출항한 일본 니가타항에서 북한에서 사망한 재일교포를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2014년 11월 결성된 재일본 탈북민 단체 '모두모이자'는 해마다 니이가타항에서 북한에서 사망한 재일교포를 위한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정훈씨 제공]

-- 탈북 동기와 과정을 말해달라.

▲ 가정교육을 통해 북한 사회와 정치에 비판적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느 순간 실수로 한마디 하면 가족 모두 수용소로 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삶을 살았다. 북한 주민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어서 요시찰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동생이 2006년, 대학 동기가 2008년 4월 각각 탈북했다. 그러자 북한 정보기관은 내가 도왔다고 생각해 대놓고 감시했다. 부친은 2010년 2월 별세 직전에 일생일대의 잘못된 (북송) 선택으로 후회가 많다며 북한 땅에 묻힌다고 생각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다. 이후 탈북 계획을 세운 뒤 2011년 12월 어머니와 아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넘어가 이듬해 1월 한국에 왔다.

-- 북송 재일교포는 얼마나 되나.

▲ 1959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재일교포 9만3천여명이 북송됐다. 돌아온 사람은 100명도 안 된다. 자녀 포함해도 몇백명 수준이다. 자유주의 국가인 일본에 살던 재일교포들은 북한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서 갔지만, 속은 것이다, 조총련은 북한의 죄악과 인권탄압을 뻔히 알면서도 협력했다. 이를 제대로 밝히고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계속하고 있는 북한 정권 찬양을 중지시켜야 한다.

-- 조총련 관련 대책은 어떤 게 있나.

▲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1980년대 김일성의 지하공작 지시 이후 조총련 간부 자녀가 대거 한국에 들어와 결혼하고 사업도 하고 있다. 한일 정부가 협력해 법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재일교포 사회도 조총련을 와해시키고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심으로 하나 돼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입각한 통일이 한반도 밖에서 이뤄지면 한국 헌법에 기초한 남북한 통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는 동북아의 유대인인 재일교포를 포함해 해외 동포들에게 한국 정체성을 심어줘야 한다. 한국 디아스포라를 강화하면 이스라엘처럼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등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재일동포 북송반대 총궐기 대회 1959년 2월 16일 열린 재일동포 북송반대 총궐기 대회. 이날 재일동포 북송반대 전국위원회가 발족,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저작권자 ⓒ 2002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 목숨 걸고 온 만큼 북한 체제를 뒤집는 데 일조해야겠다고 생각해 약 10년 동안 북한 급변 사태 시 보건·의료 방안 등을 연구하면서 국내외 세미나와 강의, 자문 등을 다녔다. 이후 의사로 근무하면 더 폭넓고 깊이 있게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면허를 취득해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 재중 탈북민 북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결이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중국이 탈북민을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해서 원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 탈북민 인권을 외면한 채 북송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

-- 북한이 최근 남한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 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남한이 더 잘사는 것을 다 안다. '남조선', '북조선'이라고 표현하면 북한 주민들이 무의식적으로 체제를 비교하게 되고 체제 경쟁에서 실패한 것을 인지하게 된다. (북한 지배층) 기득권 영구화를 위해 남·북한이 다른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탈북의사 최정훈씨 [촬영 최현석]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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