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보톡스 안 맞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안면마비···초기 대응은 이렇게 [건강 팁]

■장학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2020년 안면신경마비 환자 9만명 육박···10년새 42% 늘어
이비인후과·신경과 찾아야···제때 치료 받으면 완전회복률 20%
안면비대칭 등 후유증 남으면 '대칭적 표정' 목표로 수술 고려하기도

미국의 인플루언서 이자벨 럭스가 SNS에서 일명 ‘바비 보톡스’ 시술 후기를 공유하며 화제를 모았다. 인스타그램 캡쳐

[서울경제]

최근 날씬한 어깨와 긴 목을 만들어 준다는 이른바 ‘바비 보톡스’ 시술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틱톡에서 5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인플루언서 이자벨 럭스가 이름 붙인 바비 보톡스는 보톡스를 승모근에 투입해 근육을 줄이는 시술이다. 당초 비대한 승모근으로 인한 편두통과 목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됐으나 목이 더욱 길어보이고 어깨가 가녀리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 최근에는 미용 목적으로 더욱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시술 과정에서 자칫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CNN 등 외신은 미국 내 '바비 보톡스' 시술의 인기를 다루며 '잘못된 용량을 투여하면 근육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고, 주변부 근육의 신경 연결을 약화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비 보톡스의 주요 부작용으로 자주 언급되는 안면신경마비는 시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의 표정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이 마비돼 미소를 짓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을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눈물샘이나 침샘 분비 또는 미각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2011년 6만 3128명에서 2020년 8만 946명으로 10년새 약 42% 늘었다. 그 중 50~60대 환자가 45.7%를 차지했다. 안면신경마비는 12개 뇌신경 중 7번 신경인 안면신경의 기능 장애로 발생한다.

대한안면신경학회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7번 신경을 상징하는 의미로 7월 7일을 ‘안면신경의 날’로 지정했다. 안면신경은 △두개강과 두개골 자체를 통과하는 두개내 경로 △두개골 밖에서 얼굴과 목을 지나는 두개외 경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안면신경마비는 이 신경 통로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성인 안면신경마비는 대다수가 염증, 두개 내 병소, 두개 외 외상 등과 같은 후천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벨 마비(특발성 안면신경마비)’가 가장 흔하다. 벨 마비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면신경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원인을 배제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가장 먼저 컴퓨터단층촬영(CT)·자가공명영상(MRI)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해 마비의 원인이 있는지 파악한다. 이후 신경을 자극해 마비된 근육의 움직임 정도를 정상 쪽과 비교하는 신경전도 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정도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예후와 수술 필요성을 결정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후유증 없이 회복하는 것이다. 증상이 발생한 지 2~3일 내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안면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빠르게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적시에 적절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 완전 회복률이 2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는 마비가 남거나 눈, 입이 같이 움직이는 병적 공동운동 등의 후유증이 생겨 사회적·심리적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안면마비가 왔다고 생각되면 즉시 이비인후과나 신경과를 방문해야 한다. 한방치료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권장되지 않는다.

만약 초기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안면 비대칭과 같은 후유증이 남는 경우 정상적인 얼굴 모습과 대칭적인 표정이 가능해지는 것을 목표로 ‘수술적 재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 후 수술을 이용한 재건은 성형외과에서 상담 가능하다. 성형외과에서는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에게 적절한 수술적 치료를 제공해 마비 후유증을 개선하고 정상적인 생활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술은 목표하는 대칭의 정도에 따라 표정을 짓지 않는 안정 상태에서 얼굴의 대칭을 이루게 하는 ‘정적 재건’과 표정을 지을 때도 얼굴의 대칭을 되살리는 ‘동적 재건’으로 나뉜다. 다양한 수술적 재건 중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려면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경과한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마비가 2년 이내에 발생했다면 손상된 안면신경을 복구하거나 다른 신경을 옮겨와 기능이 남아있는 안면신경에 연결하는 신경 전이 또는 신경이식을 통해 신경전도신호를 복구하는 동적 재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신경 전이술이나 근육 전이술은 입원과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수술 시간이 길지만 동적인 표정을 만들어 줄 수 있어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에서 주로 시도된다.

유리신경근이식술의 모식도. 안면신경마비로 입꼬리의 움직임이 어려운 환자에서 안면마비가 발생한 지 2년 이상 지난 경우 유리신경근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사진 제공=두개안면수술저널

반면 마비가 발생한 지 2년 이상 경과한 경우 안면근육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위축돼기 때문에 신경을 복원해도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서 정적 재건이나 근육 전이술을 고려해야 한다. 정적 재건은 비록 대칭적인 표정을 만들 수는 없으나 외래에서 국소 마취로도 가능해 환자 부담이 적다. 고령의 환자에게 더욱 선호되는 방식이다. 그 밖에 주증상과 연령, 마비 기간, 안면 근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적 치료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입꼬리를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이러한 손상이 2년 이상 경과한 환자에게는 유리신경근이식술을 시행한다. 유리신경근이식술은 안쪽 허벅지 등에서 근육의 일부를 신경과 함께 떼어내어 마비 쪽 얼굴에 이식하고 눈이나 입꼬리와 연결해주는 수술이다. 표정짓는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 동적 재건 방법에 해당한다. 편측성 마비가 오래된 환자는 표정이 없는 정지 상태에서 눈썹 높이의 차이, 눈꺼풀의 불완전한 닫힘, 입꼬리 처짐과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적 재건 방법인 눈썹 위 거상술, 눈썹 밑 거상술, 입꼬리 거상술 등의 수술이 가능하다. 근막, 힘줄 또는 인공재료를 이용해 처진 뺨이나 입꼬리 등의 연부조직을 거상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장학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