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해야 할 환자 입에 테이프 붙인 간병인…1심 실형

시끄럽다며 결박된 환자 입에 테이프
혐의 전면 부인… 증거로 유죄 인정돼
1심 "책임 회피 급급…폭력 전과 있어"
"준법의식·윤리의식 박약하다" 질책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시끄럽게 한다며 고령의 환자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병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노인 관련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환자 B(75)씨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B씨의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해당 병원의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었고, B씨는 섬망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신체 보호대로 양쪽 팔이 결박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인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당시 간호기록지 등을 근거로 A씨의 행위를 유죄로 봤다.

간호기록지에 따르면 A씨는 병원 수간호사와의 대화에서 '보호자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판사는 "간병인의 업무가 어렵고 여러 애로사항을 겪었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으나 피고인은 활동이 온전치 못해 저항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간호사들의 일치된 진술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해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고,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고령이고, 폭행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은 준법의식과 윤리의식이 박약한 자로서 형사사법절차의 준엄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다.

다만 "이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면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어 보인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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