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잠', 연출 금수저 '봉준호 키즈'의 화려한 데뷔

유은비 기자 2023. 9. 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잠\' 포스터.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봉준호 키즈' 유재선 감독의 화려한 데뷔다. 별칭 하나에 얹어진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영화 한편으로 증명해 낸 '잠'이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잠든 남편 현수는 잠꼬대를 하더니 벌떡 일어나 '누가 들어왔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그날 이후 현수는 잠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온갖 기이한 행동을 하지만, 깨어난 후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는 현수와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로 잠들지 못하는 수진. 치료를 받아보지만, 현수의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심해져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깊어져 간다.

▲ \'잠\'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잠'은 '옥자'의 연출부로 일하며 봉준호 키즈로 성장한 유재선 감독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것에 더해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유니크한 공포로 세계 관객을 먼저 사로잡았다.

영화 잠의 공포는 가장 익숙한 공간, 익숙한 존재로부터 시작된다. 쉼의 장소여야 할 집이 사건의 장소가 되고, 갈등의 시작이 외부가 아닌 내부,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잠'은 의미 없는 단순한 공포 체험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닌 '결혼' 더 나아가 '내가 지켜야 하는 존재와 믿음'에 관한 깊은 생각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영화다. 제작 당시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던 유재선 감독이 갖고 있던 생각들은 '둘이 함께라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가훈이 쓰인 팻말과 수진의 행동들로 대변되며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생각과 체험의 기회를 선사한다.

▲ '잠'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귀신이나 연쇄살인마, 극적인 편집 없이도 세련된 공포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는 것이 '잠'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은 파격적인 배우 사용법. '잠'의 주연배우는 정유미와 이선균, 단 둘뿐. 더군다나 이들의 주 무대는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다. 관객들의 집중력을 저해할 수 있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정유미와 이선균은 94분 내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연기 변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부여한다.

'현실 연기'의 대명사인 두 사람은 현실에 드리우는 공포를 어색하거나 과하지 않게 표현해낸다. 공포를 드리우는 존재인 이선균은 '잠'이 들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과 그런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낮의 현수까지 이중적인 모습과 고뇌를 보여준다. 날생선과 날고기를 씹어 먹는 연기 열정은 덤.

▲ '잠'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남편의 이상행동으로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 역을 맡은 정유미는 작품 속 변화가 가장 큰 입체적인 인물이다. 정유미의 전매특허인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공포의 존재로 변모할 때 느껴지는 불안감과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 후반부 더해지는 변화까지. 공포의 원천이 피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고뇌와 변화 과정을 세세히 감정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신인 감독다운 거침없고 신선한 카메라 무빙 역시 '잠'의 관람 포인트다. 빨갛게 충혈된 정유미의 눈을 타이트 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나 로우샷 등 다양하고 파격적인 구도와 카메라 워킹으로 수진과 현수의 복잡하고 긴박한 심리를 대변해냈다.

▲ \'잠\'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독특한 구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잠'에서는 현수와 수진의 상황이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부분을 나눠 3개의 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이는 높아지는 긴장감과 몰입감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황 변화로 이어지는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한 파격적인 시도는 간결하고 깔끔한 전개로 군더더기 없는 영화를 만든다.

"10년간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봉준호 감독의 극찬으로 시작한 영화 '잠'. 높아지는 기대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거장의 극찬이지만, '봉준호 키즈' 유재선은 극찬의 이유를 증명하며 화려한 데뷔작을 선보였다. 먼 훗날 '봉준호 키즈'가 아닌 유재선 감독의 화려했던 데뷔작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영화 '잠'이다.

9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