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부모가 자녀만 망칠까”...‘5천만 독신’ 이 나라처럼 국가도 망가져 [한중일 톺아보기]
미혼율 급증탓에 2040년이면 일본의 독신자 인구는 4930만명에 달해 5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사회학자 아라카와 가즈히사에 따르면 이때쯤 일본은 고령 인구보다 독신 인구가 많은 ‘초(超)독신 국가’가 됩니다.
현재 일본의 생애미혼율은 한국 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고령화 지수와 마찬가지로 추세대로라면 2035년쯤 한국의 생애미혼율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최근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1970년대 이후 일본 출산율 저하의 70%는 미혼율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혼자가 출산을 안한다기 보다 미혼자가 늘어난 것이 출산율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일본 모두 혼외 출산이 금기시 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출산율 문제도 일본과 유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급증하는 미혼율에 대해 닛세이 기초 연구소 아마노 카나코 수석 연구원은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습니다. 그는 “현재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때 일본의 부모 자식 관계는 꽤 특이한데, 이것이 일본의 미혼율 상승을 한층 부추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마노 연구원은 일본에서 이 같은 몬스터 페어런츠 문제가 대두한 것이 미혼율 급증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데, 일본에서 몬스터 페어런츠에 대한 개념은 1990년대 초반에 인지되기 시작해, 2007년을 전후해 심각해지면서 본격적인 사회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일본에서 만 18세~34세 청년층의 연애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점이 몬스터 페어런츠 문제가 심각해지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겁니다.
자녀문제로 학교나 교사에 갑질을 일삼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노 연구원은 이런 부모들이 자녀의 학교생활은 물론 진학과 취업, 연애와 결혼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 너를 위해서야”라며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는 간섭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녀들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미혼율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취업활동은 학생이 알아서 하는 것이 과거에는 당연시 됐습니다. 교수와 진로 상담을 하더라도 학부모가 끼어드는 일은 찾아볼 수 없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 학부모, 교수까지 3자 대면으로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겁니다.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교수들이 “내가 졸업할때는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와 교수와 상담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당황스럽다”는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일본의 부모들이 과거보다 자녀의 취업에 관여하는 정도가 높아졌다는 건 수치로도 뒷받침 됩니다. 메이지 야스다 생활복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5~59세 부모들중 자녀의 취업활동에 관여했다는 응답은 그들의 부모세대 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간섭은 취업 이후에도 계속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몬스터 페어런츠는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폭언이나 폭행 포함 각종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를 말합니다. 일본에서는 대표적으로 교사에게 반성문 작성 및 제출, 아이가 보는 앞에서 ‘도게자’(土下座·무릎꿇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는 행위)하고 사죄, 급식반찬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넣을 것, 아침에 아이를 깨워 데려가거나 매일아침 모닝콜 등을 요구한 사례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도쿠오야와 몬스터 페어런츠는 똑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노 연구원은 “성인이 된 자녀에게 과하게 간섭하는 부모면 도쿠오야 인 셈” 이라며 “자신의 가치관으로 자녀의 삶을 지배하려하고 자녀의 삶을 망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별로 없고 대다수 독립적인 생활을 해나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조사에서는 취업 뿐 아니라 결혼상대를 찾는데 있어서도 일일히 간섭하는 등 성인이 된 자녀의 인생에 계속 간섭하는 부모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결혼 이전까지 부모와 자녀가 한 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경우 일본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노 연구원은 배우자 결정 같은 중요한 사안에 있어 자녀들의 손에 맡겨 둘 수 없다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은 자녀가 독립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지, 자녀가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녀가 스스로 인생을 구상하고 감정을 소중히 하며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수 있게 해야한다” 며 “과도한 간섭은 그런 과정을 통한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일본의 미혼율 급증을 살펴볼때 이 같은 현상도 간과 돼서는 안된다” 며 자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도 성인이 된 자녀의 인생에 관여하는 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종종 화제가 되곤 합니다. 물론 혼인율의 문제는 고용과 주거, 임금 등 경제 문제와 중첩되기 때문에 부모의 과잉 간섭문제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혼기피, 저출산, 학부모 갑질에 이르기 까지 한국에서 발견되는 많은 현상들이 일본에서 앞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석은 생각해볼 여지를 줍니다.
※다음회에선 일본경제전문가 한국외대 이창민 교수로부터 ‘일본경제 부활론 그 허와 실, 그리고 전망’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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