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에서도 예우하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갑자기 왜?[노컷체크]
"홍범도 장군 독립운동 부정하는 건 아냐"…"군 관련 역사적 인물인지는 의문"
홍 장군 광복・6.25 이전 서거…김일성 도왔다는 거 성립 안돼
지난해까지 '호적'부여하며 예우…신원식 의원 지적으로 갑자기 변화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육군사관학교 경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이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결국 육사는 다른 분들의 흉상은 남겨두고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이전을 하기로 했죠?
◆선정수> 네, 육군사관학교는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고, 다른 분들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 하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태임> 갑자기 이렇게 결정한 배경은 뭔가요?
◆선정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억지하고 전시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의 동상)이 있어야 되겠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생전에 공산당에 가입했던 이력을 문제 삼은 겁니다. 이 장관은 "가능하면 (흉상은) 육군 창설이나 군 관련 역사적 인물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1일 우리 군의 잠수함 홍범도함의 개명을 시사했습니다. 한 총리는 ""주적과 전투를 해야 하는 군함(의 이름)을 공산당원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원으로 인식하고 우리 군이 뿌리로 삼기에는 맞지 않는 인물로 보는 겁니다.
대통령도 '뭐가 옳은지 생각해보자'라고 하면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힘을 실었구요. 결국 항일무장투쟁을 우리 군의 뿌리로 정립했던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지우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조태임>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이력 때문에 육군사관학교에 흉상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이게 핵심인 것 같은데요. 북한 공산주의와 맞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군 장교를 길러내는 곳에 공산당 활동한 사람의 흉상이 웬말이냐 이런걸텐데요? 그런데 팩트체크를 해야 할부분,,,홍범도 장군은 광복 이전에 돌아가신 것 아닌가요?
◆선정수> 홍범도 장군은 1868년 태어나 1943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소련 공산당이 김일성을 도와 6.25를 일으켰으니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홍범도 장군도 한 패거리다. 이런 주장을 일각에서 하고 있는데요. 이건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독립군은 만주, 간도, 연해주 등지에서 활약했는데요. 일본에 맞섰던 중국과 소련과 협력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엔 소련 공산당이 적이 아니라 대일본제국이 적이었던 거죠.
6.25 전쟁을 일으킨 주역인 스탈린 치하에서는 강제이주 정책의 희생양이 돼서 현재 카자흐스탄 지역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이후 거기에서 굉장히 어려운 말년을 보내다 돌아가셨죠. 북한과 6.25를 홍범도 장군과 연계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조태임> 그런데 국방부 해명을 보면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자유시 참변이 뭐에요?
◆선정수> 네 자유시참변은 1921년 6월 28일 극동공화국 내 스보보드니에서 붉은 군대의 통수권 접수를 거부한 한인 망명 독립군들이 포위 진압된 사건입니다. 당시 자유시 지역에 3500명 정도 모였던 독립군 병력이 이 사건을 계기로 흩어지게 됐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러시아-중앙아시아 한인의 역사> 자료를 보면 홍범도 장군은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당시 자유시 지역의 독립군은 사할린특립의용대와 고려혁명군정의회로 나뉘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국사편찬위원회는 <고려혁명군정의회 측이 맞서 사격하지 않기로 한 사할린특립의용대 측을 일방적으로 무장 해제함으로써 발생한 참변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홍범도 장군 부대는 사할린특립의용대에 참여하고 있었고요. 기록은 <피해자 측인 사할린특립의용대 측은 사망 72명, 익사자 37명, 기병(騎兵)의 추격을 받아 산중에서 힘이 다하여 사망한 자 200여 명, 행방불명 250여 명으로 약 600여 명이 사망하고, 체포된 자가 917명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가해자 측인 고려혁명군정의회는 사망 36명, 포로 864명, 병자로 불참한 자 19명, 전투 중 박 일리아의 영솔하에 도망한 자 30명, 행방불명 59명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다른 자료를 살펴봐도 <자유시사변 당시 홍범도는 장교들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구요. 1922년에는 자유시 참변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태임> 공산당에 가입하긴 했지만 광복 이전에 돌아가셨고. 그래서 6.25 남침과도 상관이 없고요. 자유시 참변에 책임이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고, 오히려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난해까지만해도 홍범도 장군을 예우했다면서요?
◆선정수> 지난해 7월 11일 윤석열 정부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윤동주, 이제는 완전한 대한국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윤동주, 장인환, 송범규 등 직계후손이 없어 호적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대한민국의 적(籍)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
2009년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직계후손이있는 경우에 한해 후손의 신청을 받아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지원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직권으로 직계 후손이 없는 무호적 독립유공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당시 박민식 보훈처장, 지금은 승격한 국가보훈부 장관이죠. "그동안 직계 후손도, 호적도 없던 156명의 독립유공자가 대한민국 공식 서류상에 등재되는 것으로, 이는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던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의 상징적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가보훈처는 단 한 분의 독립유공자도 무적(無籍)으로 남지않도록 무호적 독립유공자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독립유공자의 헌신을 기억하고 명예를 선양하는 국가적 예우에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서 "비로소 이분들 모두 완전한 대한민국인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최선을 다해 예우하는 보훈 정책에 확고한 사명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임> 그랬던 윤석열 정부가 1년 만에 방향을 바군 거에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선정수>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여권의 인식 변화는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신원식 의원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신 의원은 "공산주의자 간첩 신영복을 존경하고 6.25남침에 주역인 김원봉을 군국의 뿌리라고 하고, 공산주의자로서 물론 독립운동을 했지만, 자유시 참변 및 레닌으로부터 소련 군복과 권총을 부여받은 홍범도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 걸으라고 하고 소련 군복과 권총을 그대로 찬 흉상이다. 주적을 없애고, 제가 이야기를 들지 않더라도 공개적으로 노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을 어떻게 만들고자 한 것들은 다 드러났다. 확실한 동기를 가졌다. 힘과 동기를 가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바로 몸통이다. 저는 이야기하고 이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국군통수권자가 이 땅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국군 뿌리는 6·25 전쟁을 포함 3000여회에 걸친 북한의 침략과 도발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지킨 호국영령이다"라며 "김원봉과 홍범도는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신원식 의원이 생각하는 국군의 뿌리에는 '항일무장투쟁' 및 독립운동가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태임> 결국 전임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서, 이번 논란이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거네요. 그런데 또 궁금한 건 그렇다면 우리 국군의 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겁니까?
◆선정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와 우리 군은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을 대한민국의 첫 공식 군대로 인정했습니다. 일제에 항거한 의병까지를 국군의 뿌리로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8년 국방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역사적 뿌리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군의 뿌리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국방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육해공군의 홈페이지를 통해 연혁을 살펴보면요. 육군 연혁은 1946년 1월15일 미 군정 하 남조선 국방경비대 창설부터 언급됩니다. 해군은 1945년 8월21일 해사대 조직이 첫머리에 나옵니다. 공군만 "대한민국 공군의 태동(胎動)은 1910~20년대 일제로부터 잃어버린 주권을 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된 '독립운동'에서 그 맥(脈)을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국군은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과 광복군의 근간이 됐던 무장항일운동을 계승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는 국방부 장관이 나올까 굉장히 우려가 큽니다.
◇조태임> 이번 논쟁이 정치권에서 시작됐다는게 국민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는 방증인데요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부분의 역사까지 논쟁거리가 되면, 결국 국민만 피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모아모아팩트체크 뉴스톱 선정수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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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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