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소진 막으려면…정부 자문위 “보험료율 9→15% 올려야”

송민섭 2023. 9. 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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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문위, 국민연금 개혁안
“2025년부터 매년 0.6%P씩↑
2055년 기금 소진 막을 것”
‘더 내고 더 늦게’ 방향 무게
‘국민연금 개혁안’ 들여다보니
‘2093년까지 기금유지’ 5개案뿐
보험료율 12% 인상 땐 모두 고갈
‘세계 최악’ 노인 빈곤율 개선할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포함 안 돼
“공적연금 본질 외면” 비판 목소리
정부 자문위원회가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2035년까지 15% 이상으로 올리고 지급 개시 연령도 68세로 늦춰야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소진을 막을 수 있다는 추산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개편안을 제시한 것이다. 노후 소득과 직결된 소득대체율과 관련한 부분은 없어 ‘반쪽짜리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일(왼쪽 네번째) 보건복지부 1차관과 김용하(오른쪽)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과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재정계산위는 ‘재정추계기간인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하에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3가지 변수에 대해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험료율과 관련해 위원회는 2025년부터 0.6%포인트씩 인상해 2030년까지 12%, 2035년까지 15%, 2040년까지 18%로 각각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럴 경우 현재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소진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다.

2033년까지 65세로 조정 중인 연금지급 개시 연령과 관련해선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럴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각각 2057년, 2058년, 2059년으로 늦춰진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정년과 연금 수령 시점이 다른 ‘연금 절벽’ 지적과 관련해 “소득이 없는 경우엔 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고, 과도기적으로 2033년까지 노사 합의에 따라 가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을 현재보다 0.5%포인트, 1%포인트 상향할 경우 기금 소진을 각각 2057년, 2060년으로 늦출 수 있다고 추계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실제연금기금을 굴리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보험료율(3개안)과 연금 수급 시점(3개안), 운용수익률(2개안) 3가지 변수를 조합할 경우 모두 18개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중 2093년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는 시나리오는 보험료율 15%로 인상과 연금개시연령을 68세로 조정, 수익률을 1%포인트 상향하는 조합과 보험료율을 18%로 올린 뒤 수급 시점을 늦추거나 투자수익률을 상향하는 5개 방안뿐이다.

재정계산위는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조정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장기적 폐지, 출산크레딧 첫째아 출산 적용, 군복무 크레딧 복무기간 전체 인정 등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재정계산위가 공청회 논의를 거친 최종 자문안을 제출하면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특위 논의내용 등을 종합 검토해 다음달 중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금 고갈 막기’에 방점… 노후소득 보장안은 빠진 ‘반쪽’

정부 자문기구인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더 내고 그대로, 더 늦게 받는’ 방향의 연금 개선 방안을 내놨다.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2028년까지 40%로 하향), 연금개시연령(2033년까지 65세)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이 2055년 고갈될 예정인 만큼 보험료율을 12∼18%로 올리고 연금 개시 연령을 1∼3년 더 늦추며 4.5% 수준인 기금운용수익률을 0.5∼1%포인트 상향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18개 방안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율 개선을 위한 노후소득 보장 방안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개선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따르면 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인상하는 방안 △2033년 65세가 되는 수급개시연령(올해 63세)을 66세, 67세, 68세로 올리는 방안 △기금운용 연평균 수익률을 0.5%포인트,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각각 제시했다. 이를 조합하면 모두 18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게다가 2093년까지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게 유지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시나리오는 5개뿐이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유력한 안은 보험료율을 15%로, 수급개시연령을 68세로 올리고 기금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는 방안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10년간 인상하고 연금개시연령은 2033년 이후 5년마다 1세씩 늦춰야 한다. 보험료율을 18%로 올리면 수급개시연령을 68세로 상향하거나 기금운용수익률을 0.5%포인트 이상 제고하는 것을 조합하면 된다.

‘보험료율 12%’ 인상안에선 어떤 조합으로도 추계기간 기금이 유지될 수 없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위원회 목표는 (향후) 70년을 기준으로 한 장기 재정 안정화”라며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게 이번 보고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는 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개선하는 세부안도 제시했다. 59세로 고정된 의무가입상한연령을 장기적으로는 수급개시연령과 일치시키고 40∼60%인 유족연금 지급률을 60%로 일원화하는 방안,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딧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둘째가 아닌 첫째 출산부터 12개월씩 크레딧을 주는 것과 군 복무 크레딧을 6개월에서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위원회 보고서에는 보험료율을 13,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남찬섭·주은선 교수 방안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삭제됐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금체계를 재설정하는 것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안 없이 기초연금 대상자를 소득·자산 수준을 고려한 일정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 식의 방향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의 핵심은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지만 재정계산위 회의는 재정안정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재정계산위 위원직을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위원회가 노후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고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 본질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하 위원장은 “향후 최종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조정안을) 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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