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강제규, 황금기 이끈 감독들의 귀환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두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으로 관객을 찾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 의 김지운 감독은 신작 '거미집'으로 추석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민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전 세계 관객들을 먼저 만난 이 영화에는 송강호와 임수정, 오정세,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특히 영화계 데뷔 시절 '조용한 가족'(1998)으로 처음 김지운 감독을 만났던 송강호는 '반칙왕'(2000)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 협업으로 한국 명감독들의 '페르소나'임을 증명했다.
김지운 감독은 독특한 개성이 묻은 장르물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 감독 중 한 명이다. 데뷔작은 '조용한 가족'인데, 독특한 블랙 코미디인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단숨에 기대주로 부상했다. 곧이어 현대인의 페이소스를 담아 낸 송강호 주연의 코미디 영화 '반칙왕'(2000)은 그를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렸으며, 임수정이라는 스크린 스타를 탄생시킨 공포 영화 '장화, 홍련'(2003)은 여전히 '여고괴담'(1998)과 함께 꼭 봐야할 한국 공포 영화로 손꼽히는 수작이다.
'달콤한 인생'(2005)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는 김지운 감독의 대표작을 꼽을 때 맨 처음 거론되는 작품들이다. 흥행 성적은 제각각이었지만, 세 영화 모두 평단과 관객들에게 두루 호평을 받았으며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과 함께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제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던 K무비를 알리는 데 톡톡한 공헌을 했다.
김지운 감독은 2010년대 이후에는 할리우드에 진출해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 영화 '라스트 스탠드'(2013)를 선보였으며, 지난 2016년 국내 극장가로 돌아와 영화 '밀정'으로 누적 7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그의 경력에서 유일하게 실패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인랑'(2018)인데 이 영화는 89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평단으로부터도 혹평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거미집'은 '인랑' 이후 5년 만에 김지운 감독이 내놓는 상업 영화 신작인 만큼, 감독의 새로운 전성기를 불러올 작품이 될지 많은 이목이 쏠린다.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강제규 감독도 오랜만에 신작으로 대중을 만난다. 90년대 각본가로서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장미의 나날'(1994) '게임의 법칙'(1994) 등의 각본을 쓴 강제규 감독은 판타지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로 감독 데뷔했다. '은행나무 침대'는 당시 한국에서는 흥행이 쉽지 않았던-그리고 여전히 쉽지 않은-SF 장르로 이례적이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후에 선보인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을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주역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들이다. 남과 북의 첩보전이라는 극적 상황이 가미된 액션과 멜로의 조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쉬리'는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수준의 연출력으로 각광 받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초가 된 작품으로 지금까지 거론되는 상징적인 영화다.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시스템이 갖춰진 후에 개봉, 강제규 감독의 첫 천만 영화로 기록된 작품이다. 장동건과 원빈, 두 톱스타가 형제로 출연해 분단의 슬픈 역사를 비유하는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로 누적 1174만6135명을 동원했다.
2010년대 들어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2011) '장수상회'(2015)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두 작품 모두 이전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이번 추석 시즌 내놓을 '1947 보스톤'은 기운이 다르다. 충무로 톱스타 하정우, 임시완이 주연을 맡고 일제시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감동 실화를 다룬 스토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동적인 스토리텔링과 스펙터클한 연출에 탁월한 감각을 보였던 강제규 감독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 부활을 기대해봄직하다.
'거미집'과 '1947 보스톤'은 모두 추석 연휴 시즌을 앞둔 27일 개봉 예정. 한국 영화 황금기를 이끈 두 감독이 흥행 경쟁에서 우위를 가르게 될지, 혹은 '흥행 쌍두마차'로서 명장의 저력을 보여줄지, 추석 시장의 흥행 추이의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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