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옥외광고물법·선거법 개정…대한민국은 '현수막 공화국'
도시 곳곳에 도배가 되다시피한 자극적인 정당현수막들.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설치 개수가 무제한이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 걱정입니다. 더군다나 지난달 24일 선거법 개정으로 누구나 설치할 수 있는 선거운동 현수막 게시 가능 기간이 60일 늘어나 시내 곳곳에 내걸린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정당 현수막이 길거리에 우후죽순 내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부터였습니다.
원래 현수막을 걸기 위해선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있어야만 했는데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부터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지자체의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현수막의 설치가 가능해졌습니다. 15일이라는 설치 기간만 지키면, 어디에 몇 개를 걸든 제한이 없어진 거죠.
물론, 15일의 설치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매번 확인하지 않는 이상 지켜지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현수막 한 켠에 작게 적힌 설치 기한을 누가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할까요. 실제로 지난달 31일 국제신문사 앞에 걸린 정당현수막만 해도, 기한이 지난 현수막이 수거되지 않은 채 보란 듯이 걸려있었죠. 15일마다 새 현수막으로 갈아끼우면 그만이어서, 설치 기간도 그리 큰 의미는 없어보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지자체가 수거한 정당현수막은 1300톤, 수량으로는 200만장에 달했다는데요. 2022년 대선 때 수거된 현수막 1100톤보다 많은 양입니다.
민원도 전국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옥외광고물법 시행 이전 3개월 간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6415건이었지만, 법 시행 이후 3개월 동안은 1만 419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부산 역시 법 시행 전 511건에서 1269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정당현수막의 무분별한 설치와 안전사고 발생 증가로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정당현수막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에 집계된 정당현수막 관련 민원은 3680건으로 가이드라인 수립 전인 4월 4195건과 비교해 약 12% 감소했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옥외광고물법 개정 전보다는 많은 수치입니다.
[도한영 부산 경실련 사무처장]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질적인 실효성이나 법적인 제재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더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자치단체나 광역단체에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철거 했을 시에 부담은 지방자치단체가 안기 때문에 선뜻 현장에서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가이드라인 수립 전·후로 현수막을 비교해 봤습니다. 다루는 내용이 최신화 됐을 뿐 서로 깎아내리는 모습은 여전했는데요. 행안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현수막 설치 금지 위치를 명확히 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위주의 지침이어서, 내용에 대한 규제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당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난립하자 전국적으로 개정을 요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서울과 부산은 정당현수막의 수량과 설치 장소의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의견을 행안부에 건의했습니다. 인천에서는 정당현수막에 대한 조례를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강제 철거까지 나섰는데, 행안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에 제소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도 옥외광고물 개정안이 8건 발의돼 있지만 아직 모두 국회 계류중입니다.
한편 지난달 24일 국회는 선거운동을 위한 현수막 설치를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개정안은 현수막과 같은 선거 운동을 위한 시설물 설치와 유인물 배포를 금지하는 기간을 ‘선거일 180일 전’에서 ‘선거일 120일 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금지기간이 60일 줄어든 만큼 현수막 난립이 예상됩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개수 및 설치 제한이 없어져 도시 곳곳이 정당 현수막으로 도배된 마당에, 선거법 개정으로 현수막을 봐야할 기간까지 길어진 셈인데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그야말로 ‘현수막 공화국’이 되지 않기 위한 사전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당현수막은 제작에도 수거에도 세금이 투입되는데요. 시민이 낸 세금으로 걸린 정당 현수막이 오히려 시민을 피로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가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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