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 대학살' 기록 넘치는데‥일본 정부는 '외면'
[뉴스투데이]
◀ 앵커 ▶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 지방에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해, 10만 명이 넘게 숨지거나 행방불명됐습니다.
이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일본인 자경단은 조선인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일본 자경단의 만행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진상규명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현영준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의 오래된 고택.
100년 전 이 마을 자경단 단장의 손자, 다카하시씨가 나무 상자에 보관해 온 수첩을 꺼냅니다.
수첩엔 당시 자경단장이었던 할아버지가 어떻게, 왜 조선인을 살해했는지 빼곡히 기록해 놨습니다.
[다카하시 타카스케(79세, 마을 자경단장 손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특히 주의하라는 지어낸 얘기도 있었습니다."
관동대지진 이틀 후, 학살을 피해 도쿄에서 도망쳐 온 젊은 조선인이 마을 자경단에 붙잡혔습니다.
[다카하시 타카스케(79세, 마을 자경단장 손자)] "단어를 이쪽에서 골라서 발음을 해 보라고 했답니다. 발음을 못했다고 합니다. 역시 조선 사람이기 때문에…"
창과 도끼, 권총을 든 자경단의 집단 폭력에 스무 살 갓 넘었던 조선인 강대흥 씨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살 두 달 뒤, 일본 경시청이 작성했던 보고자료엔 자경단의 구성과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 있습니다.
[야마모토 스미코/조선인학살진실추구위원회] "자경단의 조직에서 가장 중심이 된 것은 재향군인입니다. 이 사람들은 청일, 러일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민단 주체로 열린 100주년 추념식에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일본 의원 몇몇이 참석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의 주요 인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현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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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준 기자(yju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today/article/6520728_36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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