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으로 만드는 세상"…국토교통 정책 머리 맞댄 ’2030자문단'[인터뷰]
친근한 원희룡 장관에 '작은 아빠' 별칭 만든 청년들 “경청의 자세 감동“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김희준 건설부동산부장 대담 = "사람들은 변호사가 슈퍼맨인 줄 알아요. 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답을 찾는 직업이잖아요. 근데 세상의 많은 문제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신참 변호사인 이동건씨(33)는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어서 국토교통부 1기 2030자문단(청년정책위원단)에 합류했다. 이씨는 1년간의 청년정책위원단 활동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작지만 새로운 답을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활동 끝낸 1기 국토부 청년정책위원단…안심전세앱 간편인증 의견 내기도
실제로 이씨가 분과장으로 있는 청년정책위원단 주거분과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는 새 정부의 공공분양 브랜드인 '뉴:홈' 정책에도 반영됐다. 당시 국토부 보도자료에는 청년정책위원단 등의 아이디어를 반영했다고 나온다. 실제로 뉴:홈은 청년특공이 신설되고 청년층 지원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혜택이 크게 확대됐다.
이씨는 "이 답으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뉴스1>은 지난 30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국토부 청년정책위원단 6명을 만나 1년간의 활동 소회를 들었다. 이날 만난 1기 청년정책위원은 이동건씨를 비롯해 황순범씨(34·도심교통분과), 정재영씨(34·균형발전분과), 송서율씨(33·모빌리티분과), 배소현씨(29·모빌리티분과), 백승우씨(25·항공분과)다.
2030자문단은 청년에게 정책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청년의 시각으로 정책 개선 방안을 발굴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구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부처 가운데 최대 규모로 2030자문단을 구성했다. 또 국토부를 선두로 2030자문단은 최근 장관급 중앙부처 24곳으로 확대됐다.
◇"소외된 지방청년 목소리 전하고파…활동 이어갈 것" 국토부 청년정책위원단은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 본인인증 시 간편인증 서비스 도입이나 사용자에 맞춘 디자인 개선, 시세 조회 서비스의 비수도권 지역 확대 등 앱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안을 했고 실제 의견이 반영됐다. 알뜰교통카드에 모바일 페이를 연계하는 등 교통비 절감 정책에도 동참했다. 현재 청년정책위원단은 1기 활동을 마무리하고 2기를 새롭게 꾸렸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에 재학 중인 백승우씨(25)는 항공 정책 분야 업무를 경험하고 싶어 청년정책위원단에 지원했다. 백씨는 "나중에 하고 싶은 항공정책 일을 조금이나마 청년 입장에서 경험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항공일자리 사이트가 잘 운영되지 않아 이를 개선하는 데도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청년정책위원들은 정책이 꾸려지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입을 모았다. 모빌리티분과장으로 활동한 배소현씨(29)는 "국토부 담당 부서랑 회의를 하면서 정책에는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예전에는 '청년은 왜 안 해줘, 돈 좀 더 풀지'와 같이 생각했다면 이제는 복잡한 과정이 노출되면 청년들도 납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도심교통분과장을 맡은 황순범씨(34)는 "어떤 집단에는 유리하거나 효율적일지라도 반대급부로 피해를 입는 집단도 있으니 정책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방 청년들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참여했다는 위원들도 있었다.
국토부가 있는 세종과 200㎞ 남짓 떨어진 전남 목포에서 살고 있는 송서율씨(33)는 "지방 청년으로서 소외감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이동시간에만 2시간 반씩 들이며 활동에 참여했다"고 했다.
균형발전분과 정재영씨(34)는 "국토교통 문제는 지방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며 "균형발전과 관련한 여러 사업 가운데 국토부에서 만들어 놓고 방치한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청년의 시각으로 제안한 적도 있다. 다만 실제 정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청년 목소리 경청한 원희룡 장관…따뜻한 친근함에 '작은 아빠' 별명
이들은 인터뷰 중 톡톡 튀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교통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한다는 배씨는 "최근 교통 연구에서 청년이 키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UAM(도심항공교통)이 들어오면 공간이 수직·수평으로 늘어나는데 여기가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청년 문화시설이 될 수 있고 도시재생에도 기여할 수 있는 등 청년들의 역할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동건씨는 "결혼하는 경우에는 출산율이 생각보다 높은 편인 만큼 결혼하지 않더라도 출산하는 사람에 대해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있다"며 "이번 저출산 대책에서 주거분과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많은 의견을 냈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함께 유튜브 숏츠(Shorts)를 만들었던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위원들도 다수 있었다. 송씨는 "거기서 얻은 장관 별명이 작은 아빠"라며 "행사에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때로는 장난도 같이 쳤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장관을 보면서 배우는 점은 청년들이 얘기하면 항상 메모하면서 듣는다"며 "그러니 장관 주변엔 청년들이 북적인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대국민 소통을 청년들이 참여해서 하는 부처는 국토부뿐일 것"이라며 "장관과 청년들이 함께 주인공이 돼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청년정책위원단이 장관과 함께한 시간이 많은 만큼 옆에서 지켜본 원 장관에 대해 '스마트 에너자이저'라거나 '뚝심이 좋다'고 평가한 위원들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청년정책위원단 2기에서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백씨는 "해외여행을 갔다가 공항에 착륙한 뒤처럼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2기에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배씨는 "청년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해 주고 싶단 장관의 말처럼 이동 편의성 제고에 노력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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