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내 얘긴데?!”…소설가 11명이 그려낸 우리의 ‘노동’ 이야기

박세희 기자 2023. 9.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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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곳,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관해 11명의 소설가가 직접 겪고 느끼고 써내려간,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동인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 2023'(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의 고통을 굳이 한 번 더 글로 적어내는 의미에 관해 장 작가는 "주인공이 조선 시대로 돌아가 일본도 정복하고 중국도 정복하는 이야기를 쓴다면, 제가 그 작업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물론 그런 소설들도 역할이 있지만 제가 소설가로서 들여야 하는 정성과 시간을 거기에 들이고 싶진 않다. 제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먹고사는 문제의 고통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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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곳,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관해 11명의 소설가가 직접 겪고 느끼고 써내려간,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동인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월급사실주의 2023’(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월급사실주의’는 ‘지금 한국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쓴다’는 같은 뜻을 품고 뭉친 소설가들의 모임. 이들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일,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이, 당대 현장을 다룬다. 삼,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 등도 모두 우리 시대의 노동으로 보고 소재로 삼는다.

소설가 장강명과 김의경, 정진영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동인 모임 ‘월급사실주의’는 여기에 서유미·염기원·이서수·임성순·주원규·지영·최영·황여정 작가가 합류해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직장인으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다.

최근 문화일보에서 만난 장강명 작가는 "문학의 힘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문학의 힘이 잘 보이지 않으니 하는 질문"이라며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 있는 작품이 줄어든 거라 생각한다. ‘미생’과 ‘송곳’이 다룬 이야기들, 소설이 먼저 했어야 한다. 저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문화일보에서 함께 인터뷰를 가진 동인 모임 ‘월급사실주의’의 김의경(왼쪽) 작가와 장강명 작가. 문호남 기자

이번 동인지엔 11명의 작가들이 써낸 11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렸다.

장 작가의 단편 ‘간장에 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여행업계의 종사자들을, 김의경 작가의 ‘순간접착제’는 삼각김밥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에도 한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다는 김 작가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쓴다"며 "현장에 가보면 경력 단절된 주부, 명예퇴직한 중년 남성, 대학생 등 많은 이들이 있다. 그런 풍경을, 그들의 사연을 쓰고 싶다. 너무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지금의 현실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실을 쓴다. 현실은 고통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의 고통을 굳이 한 번 더 글로 적어내는 의미에 관해 장 작가는 "주인공이 조선 시대로 돌아가 일본도 정복하고 중국도 정복하는 이야기를 쓴다면, 제가 그 작업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물론 그런 소설들도 역할이 있지만 제가 소설가로서 들여야 하는 정성과 시간을 거기에 들이고 싶진 않다. 제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먹고사는 문제의 고통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광 속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탄광의 카나리아’를 이야기했다. 소설가는 사회의 흐름을 미리 포착하고 이를 알린다는 점에서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되곤 한다. "‘월급사실주의’가 ‘탄광의 카나리아’가 되면 좋겠지만 되지 못한다면 광부들의 호흡이라도 쫓아가고 싶습니다. 적어도, 광부들이 다 사망한 뒤에 위로의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고 싶진 않습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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