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조원 쏟아부어도 아이 안 낳는다… 외신도 주목한 韓출산율 쇼크

최혜승 기자 2023. 9. 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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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서울시내 한 마트에 유아용품 판매코너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한국 정부는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현금 보조금을 뿌리고 있지만 한국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 시각)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해도 세계 최저인 출산율은 더욱 하락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조명했다.

WSJ는 “한국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보조금, 현금 지급, 저금리 대출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감소 추세”라며 “한국 정부는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을 위해 2006년 이후 2100억달러(약 280조원)를 쏟아부었다”고 했다.

WSJ는 이어 “출산율이 떨어지는 선진국들 가운데서도 한국은 이상치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2021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이다.

WSJ은 취업난, 경력 단절, 높은 교육비, 치열한 경쟁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단순히 양육비용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회사원 황미애(33)씨는 “3년 전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1년 내내 육아휴직을 했고 둘째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분유나 기저귀 구입 비용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됐으나 장기적인 교육비를 생각했을 때 망설여진다”고 했다.

지난해 결혼한 최선윤(32)씨는 “정부 보조금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충분치 않다. 문화적으로 여성들은 육아가 자신의 경력에 미칠 영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가 육아휴직 기간을 18개월로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워킹맘들이 승진에서 제외되는 사례들을 종종 봤다는 것이다.

WSJ는 또 전후 호황기 1970년대에 4.5명으로 정점에 달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낮아진 데에는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과 서울 집값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인구의 5분의 1이 사는 서울은 출산율이 0.59로 한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낮다고 전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은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거대한 대책을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삶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하는 유인 동기로서 현금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과 삶의 균형, 치열한 경쟁 같은 더 큰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 보조금은 (저출산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젊은 세대 입장에선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불행을 대물림할 위험을 본질적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1000명(4.4%) 감소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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