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지 ‘세탁건조기 전쟁’ 베를린서 불붙었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이파(IFA)2023이 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했다. 옥기원 기자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이파(IFA)2023에서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경쟁적으로 공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부피가 작은 가전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공개한 세탁건조기를 두고 두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이파에서 엘지전자는 세탁과 건조가 함께 되는 올인원 세탁 건조기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25킬로그램(kg) 대용량 세탁기에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13kg)를 결합해 세탁 뒤 건조기로 세탁물을 옮기지 않고 한번에 세탁에서 건조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제품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건조 방식이 고온열풍이다 보니 옷감이 상하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져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최성호 엘지전자 시그니처 담당 프로는 “집 공간 제약으로 작은 가전을 선호하는 유럽에 최적화한 제품으로 열로 말리는 방식 대신 수분을 빨아들이는 저온 제습 방식을 활용해 옷감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올해 안에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엘지(LG)전자가 내년 출시예정인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1일 유럽 가전 전시회 이파(IFA)2023에서 공개했다. 옥기원 기자

삼성전자도 이에 질세라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올인원 제품을 이파에서 공개했다. 세탁 25kg·건조13kg, 히트펌프 방식으로 세탁물을 건조하는 기능 또한 비슷했다. 다만 엘지 제품은 하단에 별도로 양말이나 속옷을 빨수 있는 통돌이 세탁 공간이 들어가고, 삼성 제품은 수납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차이가 있었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세탁건조기 문을 열어 시연해달라는 관람객의 요구에 “시연 제품이라 외관만을 참고해 달라”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탁과 건조를 한번에 해결하려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제품을 기획했다. 시장 조사를 통해 제품 가격과 출시일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제품 개발 과정을 거쳐 기능이나 디자인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가전 업계에선 “새로운 세탁건조기 시장을 두고 삼성과 엘지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 관계자는 “엘지 제품은 출시일과 기능이 명확한 완성형 제품인 반면 삼성 제품은 출시일과 최종 출시 여부도 불명확한 시제품 성격”이라며 “국제 전시회에서 발표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새로운 시장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두 기업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가 1일 독일 베를린 이파(IFA)2023 전시장에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전시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삼성과 엘지는 앞서 의류관리기와 신발관리기 같은 신가전 ‘틈새시장’을 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여왔다. 엘지가 2011년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를 출시해 성공한 뒤 삼성은 2018년 에어 분사 방식에 변화를 준 에어드레서를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다. 신발관리기 영역에선 삼성이 엘지보다 앞섰다. 삼성전자가 2021년 상반기 슈드레서를 먼저 출시했고, 엘지는 2022년 이파에서 슈케어·슈케이스를 공개했다.

베를린/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