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들 모두 적되겠네…中 '표준지도'에 분쟁지 몽땅 '우리땅'[딥포커스]

정윤영 기자 김예슬 기자 박재하 기자 2023. 9.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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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국들 "근거·구속력 없는 지도"…외교 루트 통해 항의
中 천연자원부, 표준 지도 공개…주변국들 반발에도 中 "침착하라" 일축
중국 당국은 측량 및 지도 제작 홍보의 날을 맞아 2023년판 중국 표준 지도를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인도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서북부 악사이친 고원 일부가 중국 영토로, 남중국해는 중국 영해로 표기돼 있다. (중국 천연자원부)

(서울=뉴스1) 정윤영 김예슬 박재하 기자 =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이른바 '2023 표준 지도'에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에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기해 원성을 사고 있다.

중국의 '터무니 없는' 지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국가는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인데 이들은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공식 항의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국경 긴장 완화하자" 일주일 만에…印 "상습적 범죄"

표준 지도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인도는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카슈미르 지역 악사이친 고원이 중국 영토로 표기된 것을 문제 삼으며 외교채널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번 분쟁은 양국이 국경 지역에서 긴장 완화를 약속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와 눈길을 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지도를 내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 영토는 인도에 속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남의 영토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린담 박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근거가 없으므로 이 주장을 거부한다"며 "중국 측의 이러한 조처는 국경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말리카르준 카르게 총재는 "아루나찰프라데시와 악사이 친은 인도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중국은 다른 나라에 영토와 지명을 바꾸는 일에 있어 상습적인 범죄자"라고 반발했다.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범라의 인도-중국 국경에서 간판이 보인다. 2009.11.1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정률 기자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3440㎞ 길이 실제 통제선(LAC)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강, 호수, 만년설 등으로 구분돼 그 경계가 허술하다.

중국은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아루나찰프라데시 전체를 '남티베트'라고 명명하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 최남단이자 인도 서북부인 악사이 친 고원을 두고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경 지역 긴장을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사태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필리핀 "왜곡된 주장은…국제법상 근거 없어"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의 지도가 영유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중국의 시도라면서 이는 국제법 중에서도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인 베트남과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이 해양경계선으로 간주하는 남중국해 내 '9단선' 내엔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는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필리핀은 지난 2013년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PCA는 지난 2016년 중국·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련한 판결에서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은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주장하는 영유권. ⓒ News1 DB

◇ 말레이 "구속력 없는 지도, 中 주장 거부"

말레이시아가 문제 삼은 부분 역시 지도에 표시된 남중국해 영역이다.

이에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중국 표준지도가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며 항의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거부한다"며 "이 지도는 말레이시아에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서 '인민해방군이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라는 내용의 국영 CCTV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남성. 2023.08.0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 "대만. 中 일부 아냐…진실 왜곡해도 대만은 대만"

중국은 대만이 불가분의 일부라며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대만 관련 백서를 발간했는데, 해당 백서에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 노골적으로 담겼다.

대만 외교부 대변인 제프 리우는 대만이 절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면서 "중국 정부가 대만의 주권에 대한 입장을 아무리 왜곡해도 대만이 존재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이어 이달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방미까지, 대만과 미국이 밀착하는데 반발한 중국은 대만 포위 훈련과 실탄 사격 훈련 등 무력시위를 일상화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중국은 표준 지도를 '과잉 해석'하지 말라며 침착을 유지하라고 일축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 기자회견에서 표준 지도에 대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중국 당국은 사회 전 분야에 표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표준화된 지도 사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다양한 유형의 표준 지도를 공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사국들은 이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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