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바뀔 때마다 영웅 동상 철거할 건가[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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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번졌던 2020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동상도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이유로 훼손됐다.
정부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이름 변경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앞으로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백 장군이 별세했을 당시 빈소를 조문하지 않아 홀대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동상을 새롭게 설치하고 기록을 수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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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이념 논쟁…민생 문제 해결에 도움 안 돼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미국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번졌던 2020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동상도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이유로 훼손됐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리는 과거를 편집하거나 검열할 수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역사에서 어떤 흔적이나 이름도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
육군사관학교가 논란 끝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이름 변경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앞으로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홍 장군은 일제강점기 독립군 사령관으로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 공로로 박정희 정부 때 건국훈장을 추서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아 독립군 정신을 기리겠다며 홍 장군 등 5명의 흉상을 육사에 세웠다.
5년이 지난 지금 국방부는 소련 공산당 가입과 활동 이력이 있는 홍 장군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국방부 공식 유튜브에 올라왔던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것은 오해'라는 내용의 영상도 삭제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백선엽 장군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백 장군은 6·25 전쟁에서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전세 역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해 친일행위자라는 기록이 남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백 장군이 별세했을 당시 빈소를 조문하지 않아 홀대 논란이 일었다.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가 들어갔고, 백 장군의 훈장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육사는 백 장군 관련 웹툰을 삭제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백 장군의 현충원 기록에서 친일 문구는 삭제됐고, 육사는 백 장군 웹툰을 다시 공개했다.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는 4.2m 높이의 백 장군 동상이 세워졌다.
5년 만에 친일파라고 비판받던 인물은 다시 영웅이 되고, 영웅이라던 인물은 공산주의자라고 비판받고 있다. 앞으로 5년 뒤 이들에 대한 평가가 또 어떻게 바뀔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정권마다 다른 이념을 가지고 역사에 대해 논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 갈등을 반복하고 손바닥 뒤집듯 역사적 평가를 바꿔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동상을 새롭게 설치하고 기록을 수정할 것인가.
당장 물가 상승, 가계 부채 등 각종 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다. 누가 공산주의자고, 누가 친일파인지를 따지는 해묵은 이념 논쟁은 민생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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