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으로 성매매시켜 5억 원 가로채…일당 3명 실형
2,494번에 대금 총액 5억 천 56만 원.
30대 여성 A 씨가 2019년 10월부터 3년간 성매매를 한 횟수와 받은 돈의 총액입니다.
하루에 두 번 꼴로 성매매를 했고, 1년에 1억 7천여만 원 정도의 큰 돈입니다.
물론 불법이지만, A 씨는 성매매 대가로 받은 돈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성매매 대금 전부를 친언니처럼 믿고 따르던 40대 여성 B 씨가 모두 받아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B 씨는 하루 할당량을 주며 A 씨를 성매매 현장에 내보냈습니다.
기차역 환승 시간을 고려한 시간표까지 짜주며 여러 지역에서 성매매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A 씨가 성매매할 때마다 시작을 알리는 '1', 성매매 대금 '숫자', 종료를 알리는 '0'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게 했고, 받은 돈은 즉시 B 씨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돈은 한 푼 주지 않았습니다. 악덕 포주입니다.
대체 A 씨는 왜 B 씨의 명령에 따라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던 것일까?
■ 이혼 종용과 재혼, 성매매에 폭행으로 이어진 친한 언니의 '가스라이팅'
둘의 악연은 201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둘은 한 사설 유아 기관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만났습니다.
A 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으며, B 씨를 가족보다 신뢰하고 의지하게 됐습니다.
이에 B 씨는 A 씨의 결혼 생활에 간섭하기 시작합니다. 이혼을 종용하고, 가족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신의 모친 명의로 된 아파트에 월세로 살도록 했습니다.
A 씨는 결국 2018년 이혼하고 친정 식구들과도 연락을 끊습니다. B 씨는 돈 관리를 못 하는 A 씨를 대신해 재정 관리까지 해주겠다며 소득 전액을 송금받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는 B 씨 부부와 알고 지내던 D 씨와 재혼도 했습니다.
B 씨는 생활비 등 A 씨가 자신에게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고 있다고 속이고 일을 더 하라고 강요했습니다.
2018년부터 어린이집 평일 전일제 근무에 주말 식당 아르바이트로 시작된 일은, 2019년 주점 아르바이트를 거쳐, 같은 해 10월부터는 성매매 강요까지 이어졌습니다.
빚을 갚아야 한다며 A 씨에게 강요한 성매매 대금 할당량은 하루 5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할당량에서 누락된 돈에 이자를 붙인 돈도, 피해자 남편 D 씨가 코인과 주식 투자에 실패해 생긴 빚도 모두 A 씨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 속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친오빠가 죽은 것도 A 씨 때문이라며 이를 돈으로 갚으라고 세뇌했습니다.
"네(A 씨) 기운이 나빠서 우리(B 씨) 오빠가 죽었고, 너 때문에 오빠 임종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목숨값 1억 원도 갚아라."
2020년부터는 폭행도 시작됐습니다.
"연락을 제대로 받지 않아서", "힘든 기색을 보여서", 무수한 이유로 폭행이 이뤄졌습니다.
폭행과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한 A 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수원으로 도망쳤지만, B 씨 부부와 남편 D 씨는 한 달 만에 그녀를 찾아내 강제로 끌고 가 다시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왜소한 체격, 마른 체형의 A 씨에게 살을 찌우라며 폭행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매일 억지로 음식을 먹이거나 목표치 몸무게에 미달할 경우 뺨이나 등을 마구 때렸습니다.
지옥 같던 생활은 A 씨 몸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한 성매수남의 설득으로 A 씨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겨우 끝을 맺게 됩니다.
■ 성매매시켜 번 돈은 사치와 도박에 탕진…쇼핑에만 3억 8천만 원
이들이 A 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며 갚으라고 했던 '빚'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A 씨 명의로 빌렸다고 했던 사채·카드값 등은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B 씨는 물론 B 씨 남편 C 씨·피해자의 남편 D 씨 역시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 범행에 동조했습니다.
그렇다면 A 씨가 번 5억 원의 성매매 대금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B 씨는 가정주부로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B 씨 남편은 한 달에 3백여만 원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매달 아파트 담보 대출 원리금으로 150만 원, 별장 임대료 110만 원, 고급 외제 차 마세라티 르반떼의 할부금 210만 원, 아우디 할부금 80만 원, A 씨의 내연남과 동거할 때 사용한 오피스텔 임대료 80만 원 등을 고정적으로 썼습니다.
여기에 A 씨가 성매매하는 3년간 B 씨가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서 쓴 돈은 무려 3억 8천 8백여만 원.
피해자 남편 D 씨는 어떨까요. 불법 사다리 도박·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8천만 원을 썼고, 매달 고급 외제차 벤츠 할부금 80만 원, 캐피탈 등에서 빌린 대출 이자 122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면서 B 씨 부부의 지시를 받고 A 씨를 감시한 것은 물론 폭행까지 일삼았습니다.
A 씨가 하루에도 수 차례 성매매를 하며 벌어들인 돈을 모두 사치와 도박 등으로 사용됐습니다.
■ 모두 '실형'…재판부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
대구지방법원은 어제(1일) 옛 직장동료였던 A 씨에게 수천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키고 폭행·감금까지 한 40대 여성 B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2억 천여 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범행에 가담한 B 씨의 남편 C 씨와 피해 여성의 남편인 D 씨에게는 징역 6년씩을 선고하고, 각각 추징금 1억 4천여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 부부가 A 씨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기보다는 돈을 벌어다주는 도구로 생각한 것으로 보여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수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보다는 대부분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가족을 걱정하는 내용이라며 "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이들이 피해자를 위해 공동으로 2천만 원을 공탁했지만, 범행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진지한 사과의 의미라고 볼 수 없고, 이 돈으로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도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당연히 피해자에게 용서받지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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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기자 (shinjou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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