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경쟁, 충전까지 번진다

김창성 기자 2023. 9. 2. 0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 전기차 경쟁 2막 키워드 '배터리'③] 빅데이터가 글로벌 패권 좌우… 동맹 맺어 인프라 확대

[편집자주]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경쟁 2라운드를 시작한다. 전기차 주행가능거리는 수년 전만 해도 '동네차'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전국차'로 불릴 만큼 늘어났다.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린 만큼 가격도 올랐다. 현재는 주행거리가 짧아도 저렴한 전기차에도 관심이 늘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줄어든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에너지효율이 개선된 데다 충전기 설치 대수가 늘면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차량도 사용에 용이한 것도 배경이다.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함께 충전사업도 본격화하며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힘 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충전 기술 경쟁에 한창이다. 사진은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서울 성동 EV스테이션에서 충전 중인 모습. /사진=현대차
▶기사 게재 순서
①테슬라가 불 지핀 저가경쟁
②배터리 기술력·공급망 확보가 생존 열쇠
③전기차 가격경쟁, 충전까지 번진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래 모빌리티 선두주자인 전기자동차 선점 경쟁에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전기차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충전 관련 경쟁은 가장 치열하다. 전기차를 더 멀리 보내고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한창인 이들은 글로벌 선두 지위 확보를 위해 경쟁업체와의 동맹도 불사한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 2막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배터리'는 결국 충전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의 차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환경은 좋은데, 너무 뚜렷한 단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요원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해가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전기차를 마주하게 된 것도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한 부분이다.

세련된 디자인에 친환경적이면서 소음도 적은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대세로 떠올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충전'이다.

내연기관차는 주유소에 들려 2~3분이면 주유가 끝난다. 가득 주유하면 500㎞~6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는 다르다.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대체로 400㎞ 내외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나 각종 주행모드, 춥고 더운 날씨 상황 등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에 따라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이보다 더 길어지거나 다소 줄어든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 2막의 핵심 키워드는 '배터리'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 기아 전기차 EV6. /사진=기아
서울에서 출발한 전기차가 운전자의 효율적인 주행감각과 안정적인 외부 요인으로 부산까지 도착했다 해도 그 다음이 문제다.

다시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완충을 해야 하는데, 2~3분 남짓 걸리는 내연기관차의 주유와 달리 전기차의 완속충전 시간은 하룻밤 꼬박 자고 일어나야 끝날 만큼 오래 걸린다.

부산까지 내려오면서 수시로 급속충전을 했을 수 있지만 전기차를 운전하는 동안 매번 급속충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급속충전은 짧은 시간에 전기차 배터리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기 때문에 매번 급속충전만 할 경우 배터리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서울-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주행이 아니라 출퇴근 용도로만 사용하는 시내 주행이라 해도 전기차 충전과 충전 속도는 내연기관차의 주유·주행거리와 비교하면 단점이 너무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관건은 빨리 꽉 채우고 더 멀리 보내기


소비자가 전기차에 갖는 이 같은 불만은 각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갖는 고민이기도 하다.

이들은 당장 전기차 충전을 주유만큼 수분 안에 끝낼 수 없더라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주행거리도 더 늘릴 수 있는 배터리 및 충전 연구를 지속한다. 누가 먼저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패권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충전 경쟁으로까지 번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해 싸고 효율 좋은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이 핵심 경쟁요소다.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재를 바꾸거나 탑재 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주행거리가 줄어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을 모두 활용, 스마트폰처럼 수시로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 확대와 관련 정보 파악을 통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전략이 대두 되는 이유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경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사진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 설치된 테슬라 전용 전기차 급속충전기 수퍼 차저. /사진=뉴시스
이 전략의 핵심은 전기차 충전기 이용 빅데이터다. 소비자들의 전기차 충전 패턴 데이터를 통해 공략 대상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춘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충전이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중요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각 완성차업체는 경쟁사와의 '충전 동맹'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 '슈퍼차저'를 따돌리기 위해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BMW,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손잡았다.

이들은 북미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데 뜻을 모았다. 해당 충전소는 모든 전기차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한다.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이상의 투자비가 투입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충전경쟁이 치열하지만 앞으로 2년가량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충전 동맹은 전기차 충전 사업이 정부 주도의 보조금 사업에서 차량 제조업체 중심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동안은 시장 선점을 위해 과한 경쟁을 했지만 충전 네트워크 확장 등 인프라 사업은 2년 정도 과도기가 예상된다"며 "이 기간 완성차업체를 비롯한 각 충전 사업자들은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