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기술력·공급망 확보가 생존 열쇠

박찬규 기자 2023. 9. 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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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전기차 경쟁 2막 키워드 '배터리'②] 소재 바꾸고 시장별 제품전략 수립

[편집자주]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경쟁 2라운드를 시작한다. 전기차 주행가능거리는 수년 전만 해도 '동네차'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전국차'로 불릴 만큼 늘어났다.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린 만큼 가격도 올랐다. 현재는 주행거리가 짧아도 저렴한 전기차에도 관심이 늘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줄어든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에너지효율이 개선된 데다 충전기 설치 대수가 늘면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차량도 사용에 용이한 것도 배경이다.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함께 충전사업도 본격화하며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힘 쓴다.

SK온의 LFP 배터리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테슬라가 불 지핀 저가경쟁
②배터리 기술력·공급망 확보가 생존 열쇠
③전기차 가격경쟁, 충전까지 번진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은 '구동모터'와 함께 '배터리'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고가다. 그동안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핵심 구매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화재 등의 심각한 문제가 불거지자 주행거리 외적 요소로 제품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리튬이온' 아니어도 괜찮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배터리 사용량에 따른 '기억 효과'가 없는 데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가방전이 적은 특성이 있어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스마트폰과 노트북PC, 카메라 등 휴대용 기기에도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쓰인다.

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높은 만큼 폭발할 수도 있고 화재 위험성도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한다. 전해질이 분리막을 통과하면서 양쪽 극으로 이동할 때 전기를 만들거나 머금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열이 발생하면 폭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는 방진·방수설계가 기본이다. 리튬이 수분에 취약해서다. 배터리 셀을 모듈화해 팩으로 만들고 방수 케이스를 씌워 완제품으로 조립, 수분 유입을 막는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팩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섭씨 1000도까지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지고 화재 진압도 어렵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크기 비교 /사진=박찬규 기자
실제로 국내외에서 비슷한 기간에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며 대규모 리콜로 이어졌다. 세계 각국의 소방당국이 각종 전기차 화재진압법을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이 드러나면서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리튬(Li), 철(Fe), 인산(P)이 주재료다. 값이 비싼 니켈(Ni)과 코발트(Co)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대신 출력이나 용량 등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떨어진다.

최근 전기차업계는 '고성능'으로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과 '저렴한 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차에, 보급형 모델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한다.

LFP 배터리 선두주자는 중국 CATL(닝더스다이)다. 최근 LFP 배터리의 단점인 '저온성능'을 개선한 신제품을 발표, 리튬이온 배터리와 경쟁을 예고했다. 국내 업체들도 LFP 배터리로 맞불을 놓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도 LFP 배터리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양산시점에 관심이 모인다.


배터리 기술·물량 확보에 사활 건 완성차


현대차그룹 조지아 배터리공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단순히 배터리 소재를 달리 적용하는 것을 넘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도 나섰다. 배터리 관련 공급망을 점검하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배터리 기술 내재화로 미래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배터리 관련 공급망 점검에 나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용 반도체·배터리 소재 공급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앞세우고 유럽이 핵심원자재법(CRMA)을 제시하는 등 완제품의 생산지 외에도 소재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재 원산지까지 따지는 IRA 등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와 캐나다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지역에서 필수 광물을 채굴하거나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는 것도 공급망 자체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 '배터리개발센터'를 설치하고 배터리의 셀 단위 및 시스템 설계부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안전성 향상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9조5000억원의 투자도 예고했다.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에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한다.

사용후배터리 관련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분사한 사내 스타트업 중 피트인(PITIN)은 택시 등 영업용 전기차를 대상으로 배터리 스와프 기술을 활용한 리퍼비시 배터리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소재까지 직접 다루게 되면 앞으로 전기차 가격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소비자도 목적을 분명히 하고 전기차를 구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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