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도 암울...카드사 CEO 중간 성적은

기사승인 2023-09-02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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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망도 암울...카드사 CEO 중간 성적은
연합뉴스

올해 초 세대교체 바람이 분 카드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려운 업황 속에서 고분군투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아 카드사들은 내실경영과 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곳은 KB국민카드다. 지난해 1월 KB금융지주 내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함께 취임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임기는 올해 말 까지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은 오는 2024년 12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그룹 계열사 대표에게 임기 2년에 연임 1년을 내주는 ‘2+1년’ 관행이 일반적이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이 바뀌면 계열사 사장도 같이 교체될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털 등 주요 자회사 사장이 지난 3월 모두 교체된 바 있다. 때문에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회장이 선출돼 내년 취임하면, KB국민카드를 포함해 계열사 사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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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 당기순이익 추이. KB금융지주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등 1등 카드사를 향한 두번째 여정을 시작하자”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이사 취임 후 실적은 어땠을까. KB국민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786억원으로 1년 전 4189억원보다 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카드 연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5년 새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역시 1929억원으로 전년 동기(2457억원) 대비 21.5% 감소했다.

실적 악화는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금리·물가·환율 등 3고(高) 현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 경영 환경 악화 영향이 크다. 애플페이 선점 효과로 현대카드가 전체 회원수에서 KB국민카드를 앞지른 점은 뼈아프지만, 최근 신규 회원수에서 KB국민카드가 현대카드를 제치고 있다는 점은 청신호다. 

지난 1월 취임한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취임 9개월차에 접어들었다.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내정됐다. ‘업계 1위’를 지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취임했다. 신한카드의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영업이익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판관비 증가도 당기순이익이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업계 2위 삼성카드와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로 점유율 차이는 1.8%p였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는 신한카드(19.2%), 삼성카드(17.6%)로 1.6%p로 격차가 좁혀졌다.

신한카드 내부에서는 문동권 사장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최초로 내부 출신 사장이 취임하면서 직원들 동기부여나 사기진작 효과가 있다”며 “직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연임을 거론하기에는 이르지만, 전임자 임기(3년, 6년)을 고려했을 때 최소 3년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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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1호 지원책 출시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우리카드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은 지난 3월 취임했다. 우리카드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보다 38.7% 줄어든 870억원에 그쳤다. 지난 7월, 우리카드는 그동안 숙원 사업으로 꼽히던 독자 결제망 구축을 완료하고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시장 점유율 확대와 신사업 경쟁력 강화 등 향후 전망이 기대된다. 또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상생금융 1호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당국 정책기조와 적극 발을 맞추고 있다. 우리카드는 채무감면, 상생론 출시, 저소득층 대출금리 인하, 영세 중소상공인 이용대금 할인청구 등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지원 방침을 내놨다.

하나카드는 이호성 사장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나카드 상반기 순익은 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8% 하락했다. 그러나 2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 524억원으로 전분기(202억원) 대비 159.4% 급증했다는 점에서, 이호성 사장의 공격적 영업 정책이 효과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카드는 해외 결제 시장점유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여행 특화 서비스 플랫폼인 트래블로그는 1년 만에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하나금융의 ‘영업통’인 이호성 사장 취임 후 경영관리, 인사 등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도 암울...카드사 CEO 중간 성적은
하나카드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낮은 등 하반기에도 경영환경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드사 CEO들은 공통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창권 사장은 지난 7월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하반기에도 경기침체 우려 속 민간소비 성장 둔화, 연체율 상승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업비용과 프로세스 비용을 철저하게 효율화해야 한다”며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빅무브먼트’를 통한 도약을 위해 본업 경쟁력을 탄탄히 하면서도 미래 성장전략을 그려 나가는 데 있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동권 사장 역시 같은달 하반기 사업전략회의를 열고 “경영관리·내부통제 등 회사 전반에 걸쳐 강력한 내진 설계를 통해 위기상황에서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좀 더 견고한 조직구조로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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