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불 지핀 전기차 '저가경쟁'

박찬규 기자 2023. 9. 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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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전기차 경쟁 2막 키워드 '배터리'①] '중국산' 한계, 가격으로 넘을까

[편집자주]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경쟁 2라운드를 시작한다. 전기차 주행가능거리는 수년 전만 해도 '동네차'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전국차'로 불릴 만큼 늘어났다.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린 만큼 가격도 올랐다. 현재는 주행거리가 짧아도 저렴한 전기차에도 관심이 늘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줄어든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에너지효율이 개선된 데다 충전기 설치 대수가 늘면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차량도 사용에 용이한 것도 배경이다.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함께 충전사업도 본격화하며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힘 쓴다.

테슬라 베이징 쇼룸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테슬라가 불 지핀 저가경쟁
②배터리 기술력·공급망 확보가 생존 열쇠
③전기차 가격경쟁, 충전까지 번진다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며 전 세계 전기차시장을 흔들고 있다. 선택지가 별로 없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테슬라가 아니어도 살 수 있는 차가 늘면서 경쟁 우위 요소를 내세울 게 줄어서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판매량이 감소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보면 2021년 1만7828대에서 지난해 1만4571대, 올해 1~7월 3850대에 그쳤다. 그사이 현대자동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의 판매량은 2021년 2만2603대, 2022년 2만7118대로 늘었다. 올해는 1만959대가 팔렸다.

테슬라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산' 카드를 빼 들었다.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모델 Y RWD'(후륜구동) 가격을 기존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한 5699만원으로 책정, 국내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기준에 맞췄다. 기존 '모델 Y'는 미국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왔는데 '모델 Y RWD'는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만든다. 환경부의 구매보조금은 514만원으로 정해졌다.


테슬라도 쓰는데… 중국산 배터리 거부감 줄어드나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운송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테슬라 가격전략의 핵심은 배터리다.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줄인다면 최종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모델 Y RWD'는 중국 배터리제조사인 CATL(닝더스다이)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그동안 대부분 전기차회사가 써온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무게는 늘어나지만 가격 면에선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은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중국산 '모델 Y RWD'는 국내 출시 1주일 만에 2만건 이상 계약이 몰리며 국내외 전기차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격경쟁의 신호탄으로 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전기차는 이미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회사는 이를 되도록 감추려 했다. 전기차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너지밀도가 높은 리튬이온배터리 위주로 성능을 홍보해온 탓에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의 특성을 최종 제품 성능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다.
더 기아 레이 EV는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사진제공=기아
현대차는 코나EV, 기아는 니로EV와 레이EV에 중국 CATL사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며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 KG모빌리티가 내놓을 전기SUV '토레스 EVX'도 중국 BYD사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일부 수입 전기차도 보급형 모델은 CATL사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중국산 테슬라 차종 출시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테슬라가 사용하는 배터리와 같은 회사, 또는 같은 방식 제품을 탑재하더라도 거부감이 줄어든 효과가 있다"며 "그동안 무조건 배척당하던 LFP 방식 배터리가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종 성격에 맞춰 배터리 탑재 전략 가능


전기차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조사들은 다양한 제품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기준이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현재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제품 콘셉트가 라이프스타일과 일치한다면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행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은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에 관심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앞으로 중저가 전기차시장이 최대 볼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체마다 가장 집중하는 영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동남아 전기차시장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야 해서 중저가 전기차시장은 자연스레 확대될 것"이라며 "이 시장에서는 충전인프라와 연관 서비스시장까지 함께 진출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생존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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