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선언했는데 대체 왜 끊지 못할까…중독자들이 말했다
"'마약 참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했는데 별로 도움 안 됐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20대 오영수씨(가명)는 '단약' 1년 차다. 20대 초 친구들의 권유와 가정사를 이유로 처음 마약을 시작해 3년가량 중독 상태로 지냈다. 치료보호 기관에도 입원하는 등 마약을 끊기 위해 노력했지만 빈번히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말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6개월가량의 수감 생활을 보냈다.
◇'처벌 강화'가 답일까
마약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 처벌 수준을 강화해 중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오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약 범죄가 지닌 '중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오씨는 "마약은 나쁘니 지금 당장 참아라,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별로 도움은 안 됐다"며 "중독을 어떻게, 왜 이겨야 하는지를 모르니 같이 있던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다음엔 안 걸릴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강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관세청, 교육부 합동으로 840명 규모의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결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역대 최대 건수를 기록한 데 따른 조처다.
그러나 최근에도 마약 범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현직 경찰관의 추락사와 관련된 집단 마약 투약 의혹이 터졌다. 숨진 경찰관을 포함한 16명 가운데 최소 5명이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다. 나머지 10명도 간이시약 또는 정밀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숨진 경찰관을 제외한 15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며, "방 안에 마약이 있었다"는 이들의 모임 동석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와 대기업 직원, 헬스트레이너 등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약과의 완전한 단절을 위해선 주위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지를 다질 공동체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재활자'들의 말이다. 50% 이상인 재범률을 낮추고 재활 성공률을 높이려면 '치료 공동체' 유지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회복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오영수씨는 수감생활을 마친 후 지난 3월 민간 주거형 마약 재활시설인 '다르크'에 입소해 24시간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 중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오씨는 본인의 회복 점수를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로 표현했다. 매일 마약 아른거렸던 입소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마약 영상을 봐도 투약 충동이 크게 일지 않아서다.
오씨는 "주위의 권유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아직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과 단약 과정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약' 3년 차인 40대 고현수씨(가명)도 이에 공감했다. 20대 중반 지인의 권유로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은 10년이 넘도록 그의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한번은 1년 6개월 정도 약 끊기에 성공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두번째 중독'으로 고씨는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지만 그는 이때의 경험이 단약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약을 끊으려는 의지를 끊임없이 다 잡아준 건 회복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임상현 경기도다르크 센터장은 "마약 금지는 교도소나 병원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진짜 마약과의 단절은 주위 환경 등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며 "마약 투약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히 복귀하려면 마약을 끊은 사람들, 마약을 끊으려 하는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다독이는 과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양보단 질우선해야"
한편 정부는 △서울 △부산 △대전 등 3곳에만 있는 중독재활센터를 내년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확대하고 24시간 마약 상담 콜센터도 신설할 방침이다. 마약 범죄 관련 예방과 수사, 재활 등에 쓰일 내년 예산으로는 602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마약 투약 및 유통이 야간에 자주 발생하는 만큼 24시간 콜센터 등은 효과가 있겠지만 중독재활센터 같은 시설의 증가가 단순한 '양적 확대'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확대 설치되는 중독재활센터가 마약 중독 치료가 아닌 상담 등 재활의 일부 기능만 전담하기 때문이다.
최진묵 인천다르크 센터장은 "마약의 경우 주위 권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1명만 재활에 성공해도 다른 곳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을 차단한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내놓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재활이 곧 예방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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