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미스터리’ 팀만 아는 바보인가… 자꾸 몸값 떨어지는데, 왜 입다물고 경기 뛸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2023년 8월 24일(한국시간)은 다소 우울한 날이었다. 투‧타 겸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로 현대 야구의 신기원을 쓰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팔꿈치 인대 파열 소식 때문이다.
이날 신시내티와 더블헤더 1경기에 선발 등판한 오타니는 경기 초반부터 구속이 잘 나오지 않더니 결국 2회 투구 중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마운드를 내려간 오타니는 이날 경기 후 검진에서 결국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에인절스는 즉시 “오타니는 남은 기간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후인 2018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바 있다. 5년 만에 다시 팔꿈치 인대에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에인절스는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이번 손상 부위는 첫 번째 수술 부위와는 다르다는 게 현지 언론에서 정설처럼 떠돌고 있다. 즉, 두 번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계속해서 경기 출장을 하고 있다. 당장 부상을 당한 날인 24일에도 더블헤더 2경기에는 멀쩡히 타자로 출전했다. 오타니는 오른손을 던지지만 왼손으로 친다. 그래서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타격에 큰 지장을 주는 건 아니다. 오타니는 부상 이후에도 묵묵히 타자로 나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투수로서의 시즌은 끝났지만, 타자로는 계속해서 기록을 쌓고 있다.
오타니의 올해 타격 성적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뛰어나다. 1일(한국시간) 현재 시즌 132경기에서 타율 0.307, 44홈런, 95타점, 1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71을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2021년 당시 46홈런, 100타점, OPS 0.964를 기록했는데 당시의 페이스를 넘어설 기세다.
팔꿈치 부상 전후라고 할 수 있는 최근 7경기 타율도 0.333, 출루율 0.471, 장타율 0.556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홈런만 없을 뿐, 나머지 기록은 다 정상적이다. 그런데 오타니의 출장이 선수 개인적으로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뛰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 7월 말까지만 해도 에인절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충분히 살아 있었고, 이는 에인절스가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정작 힘을 쓰지 못한 에인절스는 1일 현재 64승70패(.478)에 머물고 있다.
지구 선두인 시애틀과 차이는 12.5경기다.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11.5경기 뒤져 있다. 잔여 경기(28경기)를 고려하면 여기서 20승 이상을 하더라도 역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를 인식한 에인절스도 최근 루카스 지올리토 등 몇몇 선수들을 웨이버하며 현실을 인정했다. 구단도 포스트시즌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여기서 시즌을 접어도 생애 두 번째 MVP는 확실하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집계에 따르면 오타니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투‧타를 모두 합쳐 10.0에 이른다. 리그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 게다가 오타니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 타자라도 힘을 보태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자신의 안위도 생각할 때가 됐다.
계속 뛸수록 금전적으로도 손해다.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공식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투‧타 겸업을 계속 하려면 팔꿈치 수술을 해야 한다. 타자로만 뛴다고 해도 송구를 하려면 필수다. ‘지명타자’만 하는 오타니의 가치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 뒤 수술을 하면 내년 개막에 맞추기 어렵다. 타자로만 뛴다고 해도 4개월 정도의 재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오타니는 2018년 팔꿈치 수술 후 2019년 개막 일정에 맞추지 못하고 그 뒤에야 돌아왔다. 지금 수술을 받으면 2025년 등판 가능성이 살지만, 시즌 뒤 수술을 받으면 투수 복귀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FA 시장에서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다. 빨리 수술을 받으면 받을수록 이득인 것이다.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볼 때 총액 기준 몇 천만 달러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묵묵하게 경기에 나서고 있다. 어차피 에인절스 잔류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크게 비난받을 것은 없겠지만, 마지막까지 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깎고 있는 셈이 됐다. 이에 현지에서는 에인절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산술적으로도 모두 사라지는 시점 오타니가 시즌을 중단하고 그 다음을 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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