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전화해 "…" 침묵, 경찰은 데이트폭력 알아챘다

112로 신고 전화했지만 아무 말 없어
"도움 필요하나" 물어도 "에.." 불명확한 대답
경찰, '위급상황' 판단…곧장 출동 요청
신고자 피 흘리며 데이트폭력 당해…경찰, 애인 체포

"경찰입니다. 112 신고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

지난달 27일 오전 4시 36분 경기남부경찰청 112상황실 접수요원이 신고자 A씨에게 물었다. A씨의 최초 신고전화가 끊기면서, 자동으로 회신 전화가 연결된 터였다.

하지만 A씨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접수요원이 "경찰 도움이 필요하나"라고 물었지만 "에.."라는 불명확한 답이 돌아왔다. 접수요원은 다시 "도움이 필요하면 아무 버튼이나 눌러달라"고 했지만 역시나 답이 없었다.

접수요원은 A씨가 위급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이전에도 애인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해 여러 차례 신고한 이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요원의 모니터에는 '데이트폭력 보호 대상자'라는 문구가 떠있었다. 접수요원은 곧장 현장 지구대에 출동 요청을 했다.

그리고 5분 뒤 A씨로부터 "○○○이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는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이름이었다. 접수요원이 추측한 '위급 상황'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 A씨는 남자친구 B(10대)씨에게 폭행을 당해 112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B씨가 함께 집 안에 있어 제대로 된 신고는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씨에게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A씨를 발견했다. B씨는 주먹과 철제 도구로 여러 차례 A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허위신고로 판단하거나, 출동 지시를 늦게 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B씨는 다른 범행을 저질러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현장에서 체포하고, 특수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박기성 112관리팀장은 "접수되는 모든 신고는 예단하지 않고 끝까지 안전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위급상황 시 곧장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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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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