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동성애'라며 사형까지? 아프리카가 거꾸로 가는 이유[dot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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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우간다 형법상 오랫동안 불법으로 여겨져 왔다. 올해 제정된 동성애 반대법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동성애 '행위'가 아닌 '성 정체성' 자체를 문제 삼아 처벌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탄압은 더 극심해졌다. 현지 시민단체인 인권인식 제고증진포럼(HRAPF)에 따르면 신법 제정 후 17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47명은 폭행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았다. 53명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 문제로 임대 건물에서 쫓겨났다. 우간다의 동성애 인권활동가인 프랭크 무기샤는 NYT에 "동성애자 상당수가 공격받거나 체포될까 두려워 공공장소 방문을 꺼리고 있다. 일부는 이미 우간다를 떠났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대규모 동성애자 체포 작전이 벌어졌다. 나이지리아 남부 델타주 경찰은 지난달 28일 동성 커플 결혼식으로 의심되는 현장을 급습, 두 신랑과 하객 등 200명 넘는 이들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67명은 동성 결혼식을 주재하고 참석한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경찰은 결혼식 전날 순찰 중 행인을 검문해 관련 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는 2014년 반(反)동성애법을 발효했다. 이 법에 따라 동성이 결혼할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결혼식을 돕거나 하객으로 참석해도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법적 처벌은 물론 사회적 낙인찍기도 서슴지 않는다. 경찰은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일부는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아프리카가 처음부터 동성애자를 적대시한 건 아니다. 인류학자 등 전문가들은 식민지화 이전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동성애와 다양한 성적 취향이 존중됐다고 말한다. 우간다 북부 랑기족은 여성스러운 남성을 여성으로 대우하고 남성과 결혼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지참금을 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호모포비아는 영국의 식민 지배하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다. 영국 식민지 개척자들은 '기독교'와 함께 아프리카에 발을 들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간 동성애에 관대했던 문화적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1910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 중 기독교인은 9%에 불과했는데, 2010년에는 그 수치가 63%로 급증했다. 미국 사회학자 에이미 아담칙은 "대부분의 종교 문헌은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한다"며 "종교에 헌신적인 사람이 많은 나라는 국민 전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 견해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통치를 벗어난 뒤에도 대다수 국가는 식민지 시대의 반동성애법을 계승했다.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역시 영국의 식민지였다. 이렇게 수 세대를 걸치면서 서구로부터 '수입된' 동성애 혐오는 아프리카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됐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성소수자들은 더 핍박받게 됐다. 동성애 혐오는 '서구에서 흘러들어오는 동성애를 막고 고유의 문화를 보호하자'는 미명 아래 대중을 결속하는 구호가 됐다. 노르웨이 학자 시리 글로펜과 리세 라크너는 관련 논문에서 "동성애 혐오를 동원하는 것은 선거, 여론, 내부 권력 투쟁 등으로 정권의 운명이 위태로울 때 유권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세계은행이 지난달 초 동성애 반대법을 시행한 우간다에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돈을 무기로 우리의 신앙, 문화, 원칙 및 주권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모든 아프리카인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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