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급스럽고 잘 달리는 전기차 벤츠 EQE SUV… 실용성은 갸우뚱

박진우 기자 2023. 9.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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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가장 적극적으로 전동화를 꾀하는 회사 중 하나다.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에 따라 다양한 차를 국내 소개하고 있고, 성과도 좋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다.

EQE 500 4매틱 SUV. /박진우 기자

EQE 500 4매틱 SUV는 벤츠 전동화 전략의 큰 흐름에 있는 제품으로, 올 초 출시된 EQS SUV에 이어 벤츠 전기차 전용 구조(아키텍처) EVA2에 기반해 만들어진 두 번째 차다.

벤츠는 전기차 시대에도 가장 잘 달리고, 가장 편안하며, 가장 안전한 차를 목표로 한다. EQE 500 4매틱 SUV 역시 벤츠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총 250㎞쯤을 주행했다.

EQE 500 4매틱 SUV./ 박진우 기자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둥글다. 전기차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공력성능이 중요한데, 공기저항이 클 수록 주행거리에 영향을 받아서다. 맞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EQE 500 SUV 4매틱도 차에 부딪히는 공기 흐름을 최대한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곡선 디자인이 이뤄졌다. 벤츠 전기차의 공통된 형태이기도 하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63㎜, 너비 1940㎜, 높이 1686㎜로, 동급 세단 EQE보다 83㎜ 짧고, 21㎜ 좁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여서 높이는 174㎜ 껑충하다. 앞뒤 바퀴의 중심 거리를 의미하는 휠베이스는 3030㎜로, EQE 세단과 비교해 90㎜ 짧다. 때문에 중형급인 차인데도 크기가 아담하게 보인다.

전기차 시대에는 엔진열을 식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100여년간 눈에 익숙한 디자인 형태를 갑자기 없애기는 어렵다. 벤츠는 기능보다는 디자인 묘를 살리기 위해 이 부위를 꾸미는데, 고광택 검은색 마감에 벤츠의 삼각별 장식을 새겼다. 이 부위에는 최근 부분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센서 등이 들어간다.

헤드램프에는 260만픽셀(화소) 이상의 디지털 라이트를 채용해 높은 시인성을 준다. 각각의 픽셀을 별도 제어한다. 차에 올라타 전원 스위치를 넣으면 램프가 좌우로 순차 점등하며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표시를 해준다.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 등에서 수집한 정보는 헤드램프의 밝기를 주행 상황에 따라 조절한다.

EQE 500 4매틱 SUV. /박진우 기자

실내는 거주성이 나쁘지 않다. 앞면을 넓게 채우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기능도 굉장히 호화스럽다. 실내 무드 조명은 파란색으로 미래지향적이다. 에어컨 온도나 바람 세기를 바꿀 때마다 색을 바꾸며 출렁이는데, 꽤 재미있는 경험이다.

SUV 특성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차체 옆 쪽에 발판이 달려있다. 차에 타고 내릴 때 다리에 닿아 살짝 불편하다. 발판을 장착할 정도로 차가 높지 않은데, 괜히 달아놓은 사족 같은 느낌이다. 트렁크 공간도 다소 불만이다. 생각보다 적재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SUV임에도 도심 주행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많은 짐을 실어야 하는 아웃도어 활동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EQE 500 4매틱 SUV. /박진우 기자

영구자석 동기모터(PMSM)가 장착됐다. PMSM의 장점은 출력 밀도가 높고, 효율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EQE 500 SUV의 최고 출력은 476마력, 최대 토크는 87.49㎏f.m로, 준수한 성능을 낸다. 차 무게가 2510㎏에 달하는데도 성능을 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도로의 제한속도까지 도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즉각적인 반응에 주행 본능이 되살아난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토크 전달이 즉각적인 전기차는 달리는 맛도 꽤 좋다.

EQE 500 4매틱 SUV. /박진우 기자

곡선주로에서도 차가 뒤뚱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차를 돌려 나간다. 네 바퀴 굴림차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최대 10°를 트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코너를 돌 때 뒷바퀴를 앞바퀴와 같은 각도로 틀어 차체가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원심력을 최소화한다.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차, 유턴 등의 상황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틀어져 회전각을 좁힌다.

EQE 500 SUV 4매틱의 배터리 용량은 88.8㎾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최대 401㎞(상온, 복합)를 달린다고 한다. 그러나 체감 주행거리는 이 이상으로, 차 트립 컴퓨터 상에는 500㎞까지 표시돼 있었다. 덕분에 주행거리를 의식하지 않고 곳곳을 다닐 수 있었다.

EQE 500 4매틱 SUV. /박진우 기자

다만 겨울 등 저온 환경에서는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도 250㎞에 불과하다. EQE 500 SUV는 DCU와 히프펌프 기능을 넣었다. DCU는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 주행 상황에서는 동력을 차단하는 기능이다. 네 바퀴 굴림과 뒷바퀴 굴림으로 동력 방식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히트펌프는 모터나 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겨울철 실내 온도를 높이는 데 쓰는 기능으로, 난방을 위해 별도로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

회생제동 기능도 수준이 높다. 스티어링휠(운전대) 뒤쪽의 스위치를 조절하면 강한 회생제동, 약한 회생제동, 지능형(인텔리전트) 회생제동을 고를 수 있다. 강한 회생제동은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과 정지가 가능한 원페달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EQE 500 4매틱 SUV 가격은 1억2850만원이다. 함께 출시된 EQE 350 4매틱 SUV는 1억990만원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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