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반년 전에 17년 만의 국민연금 개혁…이번에도 성사는 미지수?

세종=손덕호 기자 2023. 9.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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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해 국회 제출
총선까지 반년도 안 남은 시점에 국회로 공 넘어가
2003년 10월 제출한 개혁안은 폐기…4년 뒤에야 처리

정부 자문 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각계 의견을 들어 개혁안을 기초로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마무리된다.

그런데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논의될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이 22대 총선 반년 전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공천과 경선, 지역구 관리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2004년 총선 반년 전 국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출했을 때에는 별다른 논의가 진척되지 않다가 폐기됐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47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 결과에 개혁안 내놓았지만, 처리 안 돼

국민연금은 1988년 시행됐지만 가입 대상이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1차 개혁으로 사실상 전국민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생애평균소득 대비 받는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종전 70%에서 60%로 낮췄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2013년부터 2033년에 걸쳐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제2차 개혁은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TV토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용돈연금을 만들 것이냐”고 했다. 그러나 2003년 제1차 재정계산 결과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60%’라는 제도를 유지하면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고, 개혁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바탕으로 2003년 10월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인하하고,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올려 2030년에 15.9%까지 상향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다음해 5월 16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에서 의원들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가운데 2004년4월 총선이 치러지는 등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할 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았다.

1일 오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전날 민간전문위원에서 사퇴한 남찬섭 교수가 사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정부안 야당이 부결시켜…야당 수정안으로 통과

정부는 다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했다. 유 전 장관은 보험료율을 12.9%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낮추되,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60%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2004년 12월 노인빈곤 대책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구상을 내놓았고, 이를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2007년 4월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정부안 대신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라는 수정안을 제출했고,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부결됐다. 수정안도 부결됐고, 기초노령연금법안은 통과됐다. 유 전 장관은 “국민연금 개정이 입에 쓰기 때문에 일단 사탕(기초노령연금)하고 같이 넣은 건데 약사발(보험료율 인상)은 엎어버리고 사탕만 먹어버렸다”며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결국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현 국무총리)와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만나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라는 한나라당·민노당 수정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2007년 7월 국민연금법이 개정됐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큰 선거가 닥치기 전 여당이 야당에 양보하는 형식으로 연금개혁이라는 과제를 마무리한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정부는 재정계산위가 제출하는 최종 자문안과 국민 의견 수렴 결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 내용을 검토 해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총선이 반년도 남지 안은 시점이지만, 일단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확실히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연금특위가 10월 말에 활동 기간이 끝나는데 연장이 될 것”이라며 “(정부안을 놓고) 여야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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