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지속될 거라 믿는 국내 투자자들… 日 시장서 美 장기채 폭풍 편입

문수빈 기자 2023. 9.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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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투자 엔화 헤지 상품, 일주일 새 2조2544억원 유입
역대 최대 엔저 전망에 환차익 노린 투자 수요 증가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엔화가 저평가된 시점에서 환차익을 노리고 일본 증시를 노크하되, 추후 금리 하락 시 바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미국 장기채를 편입하는 것이다. 미국이 예상보다 길게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언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믿고 물타기 중이다.

지난 6월 원·엔 환율은 8년 만에 900원대가 깨졌다.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900원대를 간신히 지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자들의 예상대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국면이 장기화하면 국내 투자자들도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환율 움직임을 확신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8월 25일~9월 1일)간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이들은 해당 ETF를 1709만1788달러(약 2조2544억원) 사들였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유일한 ETF다. 엔화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데다가 미국 국채 이자 수익과 향후 금리 하락에서 오는 채권 가격 상승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99만5122달러(약 1312억5659만원)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이 상품은 미국 국채 중 만기가 7~10년 남은 중기채에 투자한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즈 미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엔화 헤지(ISHARES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JPY HEDGED) ETF’는 53만8967달러(약 710억8974만원) 사들였다. 이 상품은 미국의 고수익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고수익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보다 투자 위험도가 높다.

세 종목의 공통점은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국 채권형이면서 환 헤지를 한 ETF라는 점이다. 환 헤지형이란 환율을 일정 수준에 고정하고 ETF 구성종목(PDF)의 가격 변동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품이다. 즉 엔·달러를 고정해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해도 미국 달러 등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엔·달러 약세를 피할 수 있으면서 한화로 환전할 땐 엔화에 대한 환차익을 챙길 수 있다.

엔화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인 점은 이같은 투자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지난 6월 19일 엔화는 장중 100엔당 897.49원으로 하락하면서 800원대에 진입했다. 2015년 6월 25일 이후 처음으로 900원선이 무너진 것이다. 최근 들어 하락분을 회복하면서 1일 기준 원·엔 환율은 907.00원까지 올라섰다.

엔저 현상이 심화하자, 국내에 상장된 ETF 상품에도 자금이 몰렸다. 엔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일본엔선물 ETF’에 지난 일주일간 개인 투자자들이 76억4357만원 투자했다. 같은 기간 니케이 평균 주가인 니케이225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일본니케이225 ETF’도 3억2763만원 순매수했다.

일본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일본 투자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1일 한화자산운용이 발행한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됐다. 이 상품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다. 지난 달 23일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일본 우량주에 투자하는 ‘키움 JP모건 일본 증권자투자신탁(H/UH)[주식-재간접형]’을 출시했다.

엔화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골드만삭스 전략팀은 달러·엔 환율이 향후 6개월 내로 155엔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실현되면 엔화 가치는 1990년 6월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다.

반면 낙폭 과대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ETP전략팀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998년 이후 제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엔화 가치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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