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땐 언제고? 클리블랜드는 왜 웨이버 시장 ‘큰 손’이 됐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9. 2.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클리블랜드가 의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9월 1일(한국시간) 세 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LA 에인절스가 이틀 전 웨이버 공시한 6명의 선수 중 절반을 클레임으로 품었다. 갑작스럽게 활짝 열린 '웨이버 시장'에서 클리블랜드는 '큰 손'이 됐다.

영입 선수의 면면도 화려하다. 클리블랜드는 우완 선발투수 루카스 지올리토, 우완 불펜투수 레이날도 로페즈, 좌완 불펜투수 맷 무어를 영입했다. 지올리토는 통산 4번이나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2021-2022시즌 2년 연속 11승을 기록한 선수. 셋업맨인 로페즈는 올시즌 56경기에서 14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했고 역시 셋업맨은 무어는 올시즌 41경기에서 20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클리블랜드는 단숨에 로테이션과 불펜을 모두 강화했다.

이 선수들은 심지어 '저렴'했다. 클리블랜드가 세 선수를 영입하는데 사용한 것은 약 370만 달러의 현금. 세 선수의 올시즌 잔여 연봉이다. 트레이드가 아닌 웨이버 클레임인 만큼 에인절스에 내준 것도 없다. 단지 세 선수의 잔여 계약을 떠안았을 뿐이다.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수준급 선발투수와 안정적인 셋업맨 두 명을 사실상 '공짜'로 품은 셈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프로구단으로서 당연한 일.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행보는 묘하다. 클리블랜드는 불과 한 달 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시장 판매자로 나서며 사실상 '가을야구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는 7월을 마친 시점에 승률이 0.495였다. 5할 미만의 승률이었지만 포스트시즌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소속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가 올시즌 '최약체'였기 때문. 5할 미만의 승률로도 클리블랜드는 지구 2위였고 심지어 선두 미네소타 트윈스와 승차는 단 1경기였다.

하지만 당시 클리블랜드는 주전 유격수인 아메드 로사리오를 LA 다저스로, 주전 1루수인 조시 벨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든든한 선발투수인 애런 시베일을 탬파베이 레이스로 보냈다. 주축 선수를 대거 트레이드하며 포스트시즌 도전을 마치는 듯한 행보였다.

8월 흐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미네소타가 1위, 클리블랜드가 2위인 중부지구 선두그룹의 구도는 유지됐고 미네소타도 딱히 상승세를 타지 못했지만 클리블랜드는 성적이 떨어졌다. 8월을 마친 시점에 클리블랜드의 승률은 0.478. 선두 미네소타와 승차는 5경기까지 벌어졌다. 클리블랜드가 '시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사실상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 클리블랜드는 다시 '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MLB.com, 디 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크리스 안토네티 사장은 "팀 전력을 끌어올릴 기회였다. 이런 수준의 선수들을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시기에 영입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 "또 우리가 추격하고 있는 미네소타가 이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선두를 추격하는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직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클리블랜드는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미네소타와 시즌 마지막 3연전을 갖는다. 3연전을 모두 쓸어담을 경우 단숨에 승차를 좁힐 수 있다.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클리블랜드는 미네소타에 6승 4패로 앞서고 있다. 다만 승차가 1경기일 때 사실상 포기 행보를 보였다가 5경기차로 벌어진 지금에야 추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 외에도 효과는 있다. 이번 클레임으로 늘어난 지출은 370만 달러. 이는 여름 시장에서 트레이드로 줄인 지출보다 훨씬 작은 금액이다. 클리블랜드는 나름 '지출을 줄이며 전력을 보강하는' 현명한 소비를 한 것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여기에 또 한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바로 최근 은퇴를 시사한 테리 프랑코나 감독에 대한 '예우'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밤비노의 저주'를 깬 명장 프랑코나 감독은 2013년부터 클리블랜드 지휘봉을 잡았고 올시즌까지 11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1일까지 클리블랜드에서 기록한 성적은 909승 741패, 승률 0.551. 클리블랜드 구단 역사상 최장수 감독이자 최다승을 거둔 감독이다.

비록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프랑코나 감독의 마지막 한 달을 포기한 시즌의 '패전 처리'로 채울 수는 없다는 구단의 의지가 반영된 영입이었을 수도 있다. 큰 돈을 쓰는 것도 아닌 만큼 명장이 떠나는 순간까지 원없이 싸워볼 수 있도록 마지막 지원을 해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네소타와 3연전이 남아있는 만큼 클리블랜드의 '가을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다. 과연 클리블랜드가 선보인 의외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테리 프랑코나)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