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00경기 금자탑' 김원식 "이랜드서 300경기 꿈꾼다" [스한 위클리]
[가평=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동료 덕분에 경기장에서 생명을 구하면서 인기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한 서울 이랜드FC 미드필더 김원식(31).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유럽 진출 프로젝트로 손흥민 직전 영국-프랑스를 경험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FC서울에서 활약할 당시 K리그1 우승까지 맛본 김원식은 K리그 잔뼈 굵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가 소속된 이랜드FC는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김원식은 "이랜드의 축구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진다"고 자신하며 베테랑으로써 팀을 이끌고 있다는 의지도 밝혔다.
서울 이랜드 훈련장이 있는 경기도 가평 켄싱턴 리조트에서 김원식을 만나 프로 데뷔 10년-통산 200경기 K리그 출장에 부친 감회를 들어봤다.
▶200경기? 난 300경기-이랜드 승격만 바라본다
지난 8월30일 서울 이랜드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2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장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에 김원식은 더 기쁠 수밖에 없었다. 풀타임을 뛰며 무실점 수비에 보탠 김원식은 이 경기를 통해 K리그 통산 200경기 금자탑을 세웠기 때문.
"사실 주목받던 유망주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순간부터 꿈을 현실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국가대표를 꿈꾸기보다 K리그에서 팀에 묵묵히 보탬이 되는 선수로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에 인정받는 선수로 오래활약하자는 것으로 말이다"라고 말하는 김원식은 "200경기는 시작일 뿐이다. 아직 저는 한창이다. 서울 이랜드에서 300경기를 채우며 승격까지 시키는 날까지 더 뛸 것"이라고 200경기 출장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김원식은 어린 시절부터 각광받던 유망주였다. 축구 명문 동북고 재학시절 대한축구협회가 선발한 유망주로 유럽에서 기회를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김원식과 기수 동기로 이후 영국 선덜랜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뛴 지동원(FC서울), 프랑스 발랑시엔과 중동에서 오래 뛴 남태희(요코하마 마리노스), 다음 기수에선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을 배출했다.
김원식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레딩, 프랑스 발랑시엔 유스팀을 거쳐 프랑스 포FC에서 뛰기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FC서울에 입단해 군복무로 경찰청을 다녀온 후 전역하자마자 인천 유나이티드 임대를 통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6년 다시 FC서울로 돌아온 김원식은 20경기를 뛰며 서울의 4년만의 K리그1 우승에 보탬이 됐다. 특히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력을 보여줬다.
이후 2020년까지 서울에서 뛴 김원식은 30세 생일을 맞던 2021년 광주FC에서 주장까지 맡으며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K리그2의 서울 이랜드에서 뛰고 있다.
2014년 K리그 데뷔 이후 딱 10년만에 달성한 200경기. 200경기는 K리그에서 주전급 선수로 7~10년간은 꾸준히 뛰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가 목표하는 300경기로 가기 위한 1차관문을 넘은 셈이다.
"이랜드에 오니 다른 팀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가 있어 정말 좋다. 200경기 출장 이후 더 오래 이곳에서 뛰어서 이랜드에서 300경기 출장 기념패를 받아보자고 다짐했다. 그사이 팀은 승격해있을 것이고 제 출장 기록도 더 주목받을 날을 기다리겠다."
▶유퀴즈 출연, 나에게 이런 일이
지난해 6월 tvN에서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김원식과 김선민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K리그 베테랑 선수들이 새삼스럽게 '유퀴즈'에 나온 이유는 바로 아찔했던 사고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경기 중 김원식은 공중볼을 경합하다 머리가 충돌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를 보고 김선민은 황급히 달려가 혀가 말려 들어가는 김원식의 입에 손을 넣어 기도를 확보한 것. 재빠른 응급처치 덕에 김원식은 의식을 되찾았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이 사연에 흥미를 느낀 유퀴즈 측이 두 선수를 조명하기 위해 섭외한 것. 김원식은 "정말 처음에는 몰래 카메라인줄 알았다. 평소 좋아하는 유재석-조세호씨가 앉아있는 세트장에 가서야 '진짜'라는 걸 실감했다"며 "어떻게 녹화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축구경기나 인터뷰 등에서 수없이 카메라 앞에 서봤지만 예능 프로그램 녹화는 또 다르게 긴장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출연 이후 원래 축구팬 이상으로 더 대중적으로 알아봐주시더라. 방송의 힘을 느꼈다"며 "방송을 통해 프로 축구 선수의 삶과 K리그의 치열함에 대해 알게 됐다는 분들이 많아 한편으로 뿌듯했다"고 즐거웠던 일탈을 회상했다.
▶중앙 수비-수비형 미들 활용도 높은 김원식, 이랜드에서 다시 성장하다
김원식이 처음으로 K리그2 무대에 발을 디뎠던 지난해. 이랜드는 7위에 랭크되며 5위까지 나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정정용 감독이 떠나고 전북 현대에서 코치로 왕조를 이끌었던 박충균 감독이 부임했다.
하지만 올해도 성적이 신통치 않다. 8월까지 10위에 랭크된 이랜드는 플레이오프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6경기까지 있는 K리그2에서 8월까지 27경기를 했으니 남은 9경기에서 대반전이 필요하다.
팀의 부주장이자 베테랑인 김원식은 "주위에서 '플레이오프는 힘든거 아니냐'고 하신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이랜드 선수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프로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포기하는 순간이 끝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행여 올해 어렵더라도 내년을 위해서 시즌 후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후배들에게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김원식하면 역시 중앙 수비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난 포지션이 없는 선수다.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프로 내내 뛰어왔다. 그 부분을 지도자분들이 좋아해주셨다"고 했다.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있어 2021시즌 광주FC에서 주장, 현재도 이랜드에서 부주장을 역임 중이다.
박충균 감독은 상대 진영에서 빠르게 공을 탈취하고 높은 위치에서 패스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김원식은 "솔직히 시즌 초반 감독님의 축구가 그동안 해오던 축구와 달라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적응하고 있고 감독님이 하려는 축구가 경기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목격하면서 선수들도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이랜드에 있어왔지만 매달, 매년 시간이 지날수록 이랜드 내부에서 선수들이 성장하고 전술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물론 외부에서 볼 때는 아쉬운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감독님과 이랜드 선수들의 성장을 느끼고 있다. 이랜드는 결코 하위권에 있을 팀이 아니다"라며 "나아지고 있고 이번 시즌 말과 내년까지 분명 완성도 있고 색깔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당장 나부터 박충균 감독님 아래서 30대가 넘었음에도 다시 성장하고 있다. K리그1 승격을 해내는 이랜드 축구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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