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차두리'라도 좋은 클린스만-'프로 방관러' 축협, 대표팀 운명 어디로[초점]

김성수 기자 2023. 9.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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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차두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어드바이저가 신임 코치로 클린스만호에 승선했다.

훈련에 함께하지 않는 어드바이저일 때도 국내 선수 관찰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던 차두리 코치가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계약 기간은 내년 1~2월에 걸쳐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까지다. 차 코치의 계약 종료까지 고작 4~5개월이 남은 상황. 제멋대로인 '논란 제조기' 클린스만 감독과 '프로 방관러' 대한축구협회가 걸어온 어이없는 행보는 아시안컵 이후를 더욱 걱정하게 만든다.

ⓒKFA

대한축구협회는 1일 "차두리 대표팀 어드바이저가 9월 유럽 원정부터 내년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코치로 보직 변경한다. 각급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이재홍 피지컬 코치도 대표팀에 가세했다"고 알렸다.

차두리는 지난 3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 그동안 어드바이저로서 감독과 선수단 사이 가교 역할을 하고, K리그 환경과 선수들에 대한 조언을 해 왔지만 대표팀 소집기간 훈련에 함께 나서거나 경기 벤치에 직접 앉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클린스만 감독 요청으로 코치로 보직 변경 됨에 따라 대표팀 훈련과 경기 지도에 참여한다.

차두리 코치는 "대표팀이 오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만의 우승컵을 들어 올려 한국 축구의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며 "내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방법을 언제나 고민해왔는데 A대표팀 코치인만큼 클린스만 감독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대표팀 합류 소감을 전했다.

ⓒKFA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TSG(기술연구원)을 하며 독일어에 능통한 차두리 코치와 많은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FC서울 유스강화실장으로 있던 차두리를 대표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데려왔다. 당시 설정한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대표팀의 계약 기간이 내년 아시안컵까지였다. 차두리 코치는 이번 보직 변경 때 서울 팬들에게 작별 인사까지 했지만 그와 대표팀과의 계약 기간에는 바뀐 것이 없다.

차두리 코치가 신태용호 시절 경험을 해봤다고 해도 대표팀 코치 자리는 지도자 커리어에 상당한 이력인데 계약 연장은 없었다. 차 코치가 대표팀 합류를 위해 P급 지도자 자격증(아시아 각국 최상위 리그 팀이나 국가대표팀의 감독직 수행을 위해 필요한 최상위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미룬 것 등의 이유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에 아시안컵 이후 계약 연장을 장담할 수는 없다.

차두리 코치가 약 4개월 정도 남은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을 떠난다면 운영에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제까지 차두리와 마이클 김을 제외한 클린스만호의 다른 유럽 코치들은 A매치 기간이 아닐 때 외국에 머물렀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도 K리그 선수 관찰을 차두리-마이클 김에게 주로 맡기고 해외 체류 기간을 늘렸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 코칭스태프 개편에서 마이클 김 코치가 개인 의사에 따라 10월 업무를 끝으로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마이클 김 코치에게 인수인계를 받은 후임자가 업무를 이어나간다고 해도 벤투호 시절부터 대표팀 코치를 맡아 오랜 기간 선수들을 관찰해 온 마이클 김 코치와의 디테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클린스만호 시작부터 국내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인물은 이제 대표팀에서 차두리 코치 한 명 뿐인데, 그마저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을 떠난다면 K리그 경기장에서 국내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봐온 코치는 클린스만호에 전무하다.

ⓒKFA

클린스만 감독과 협회에게 차두리 코치 계약 만료를 대비한 획기적인 계획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클린스만은 대표팀 역대 외국인 감독 최장기간 데뷔승 불발의 기록을 갖고 있음에도 부임 후부터 지금까지 해외에 있던 시간이 국내 체류 시간보다 긴 '한국에 없는 한국 대표팀 감독'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논란 제조기' 클린스만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심지어 협회가 A대표팀 클린스만 감독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황선홍 감독 사이에서 선수 선발과 관련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함에도 그 역할을 하는 협회 관계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취재 결과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도자 커리어를 봤을 때 제멋대로 행동할 위험성이 있는 인물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것도 모자라, 방관까지 하면서 축구인들과 팬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시안컵 이후 차두리 코치의 공백 해결법도 클린스만이 자신의 구미에 맞게 정하고, 협회는 일이 어떻게 되든 지켜만 보는 그림이 또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아시안컵이 아주 임박한 것은 아니기에 차두리 코치의 공백을 벌써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차 코치가 떠난다고 해도 적절한 후속 대처가 이뤄져 대표팀 운영에 차질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유로운 영혼' 클린스만과 연일 '무능'을 증명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어지러운 콜라보가 계속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단순히 차두리 코치의 거취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대표팀이 겪을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 많은 축구인과 팬들의 우려를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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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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