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항명' 영장 기각에 입막음 실패…수사 동력 약화되나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2023. 9. 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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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 VIP 언급된 진술서 공개된 뒤 구속영장 청구
군사법원은 증거인멸 등 우려 낮다며 기각…군검찰에 제동
'집단항명 → 항명' 등 처음부터 허점…해병대도 경징계 처분
그럼에도 영장 기각은 의외의 결과…탄원서 등 여론도 작용한 듯
류영주 기자


고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와 관련해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써 박 대령은 방어권 차원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됐고 군 검찰은 수사 동력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일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에 대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군사법원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가 향후 군 수사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응원에 나선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들과 포옹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30일 박 대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군사법원은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구속영장 기각이 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수사기관으로선 향후 혐의 입증 과정에서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국방부 검찰단은 영장 기각에 대해 "피의자는 오늘 군사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그간의 태도와 달리 군판사에게 향후 성실하게 군 수사 절차에 임하고 소명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만약 다시 출석 거부 등 수사를 지연시킬 때는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군검찰이 지난달 3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이번 사건이 대통령실로 불똥이 튈 기미가 보이자 서둘러 입을 막으려 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말을 들었다는 등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증거인멸 우려' 등 군검찰이 제시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처음부터 논란이 됐다.

박 대령은 지난 2일 보직해임 직후 군검찰에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사를 받았고,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 된 해병대원 순직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도 경찰에 이첩된 상태다. 

만약 군검찰이 박 대령의 증거인멸을 우려했다면 지난 2일 경북경찰로부터 해병대 이첩서류를 항명죄의 증거물로 회수할 때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했다. 

결국 군사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지 않고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군검찰 수사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류영주 기자


군검찰은 당초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항명' 혐의로 며칠 만에 수정하는 등 초기부터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난 18일 해병대 징계위원회는 박 대령에게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 처분을 내리며 군검찰과 사뭇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해병대 징계는 박 대령이 사전 허가 없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사실에 한정된 것이지만, 당시 집단항명 수괴라는 중죄 혐의를 쓰고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 결정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군사법원의 영장 기각은 상당히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강경한 기류와 군사법원의 특수성 등으로 미뤄 영장 발부 쪽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군 수사 경험이 많은 예비역 장교는 "군판사의 양심적 판단의 결과겠지만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단기간에 1만7천여명이 탄원서를 낸 것도 감안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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