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 곳 아닌' 쪽방, 손 놓은 정부... "74명 숨진 남아공 화재는 '복합적'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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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도심에서 최소 79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형 화재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1시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마셜타운 지역의 한 5층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74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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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어 양초 사용... 출입구도 잠겨
"정치 불안·인프라 부족이 화마 키워"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도심에서 최소 79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형 화재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마가 집어삼킨 건물은 애초부터 주거용으로 부적합한 곳이었는데도, 당국이 극빈층 이주민의 점거를 방치한 탓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다. 현지에서는 이민자 급증 문제와 범죄 집단의 불법적 이권 사업, 정부 실종 사태 등이 뒤얽히며 빚어낸 '복합 참사'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납치된 건물, 방치한 정부
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1시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마셜타운 지역의 한 5층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74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12명은 영유아였다.
정확한 발화 지점이나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건물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길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연기에 질식해 숨졌지만, 불을 피하려 건물에서 뛰어내린 탓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 건물엔 약 200명의 극빈 계층 이민자들이 살고 있었다. 낡고 위험한 '비공식' 주거지였다. 애초 사무실 등으로 쓰였던 이곳의 소유권은 시 당국에 있었으나, 철저히 방치된 상태였다. 이런 틈을 타 지역 갱단 등 범죄 조직이 불법 점유했고, 말라위나 탄자니아 등에서 건너온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임대해 왔다. 외신은 '납치된(hijacked) 건물'이라고 표현했다.
막힌 출입구가 유일한 대피로
실제 건물은 '열악함', 그 자체였다. 범죄 조직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내부를 '쪽방' 형태로 촘촘히 나눴다. AP는 "주차장으로 써야 할 지하까지 쪼개서 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마저 끊긴 탓에 거주자들은 양초와 버너 등 가연성 물질로 조명과 난방을 대신해야 했다.
소화기나 대피로도 없었다. 평소 경찰이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거주자들은 유일한 출입구를 잠근 채 잠들었다. 하나뿐인 탈출로를 막은 셈이다.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불을 피해 밖으로 나갈 통로가 없었던 탓에 질식사와 추락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목격자들은 AP에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아이를 내던지는 것을 봤다"거나 "남자가 3층에서 뛰어내려 콘크리트 보도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화재 처음인 게 더 놀랍다"
현지에서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하네스버그 노숙자 네트워크(JHN)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지금까지 화재가 없었다는 게 더 놀랍다"고 NYT에 말했다.
특히 만성적인 정치·사회 불안, 공공 인프라 부족도 이번 참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NYT는 "요하네스버그 지방자치단체는 2년 남짓한 기간, 무려 6명의 시장을 거쳤는데도 주택 위기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며 "소방서마저 자원 부족을 이유로 이번 화재 때 딱 두 대의 소방차만 출동시켰다"고 지적했다.
참사 현장을 방문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번 재난을 두고 "도심의 주택 상황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는 신호"라며 유감을 표했다. 요하네스버그 시장은 "불법 점거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공공주택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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