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금바오(金寶)] 여자골프 김민솔 "금메달 따는 꿈도 꿨어요"

김기중 2023. 9. 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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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여자 골프 대표팀 김민솔
여자골프 국가대표 김민솔이 지난달 12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어렸을 때부터 목표했던 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어요. 최근엔 금메달 따는 꿈도 꿨어요."

여자골프 대표팀 막내 김민솔(17·수성방통고2)의 골프 인생 목표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등 또 다른 목표가 있지만 지금 당장 김민솔의 머릿속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김민솔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 모든 것을 걸었고, 당당히 1위로 임지유(18·수성방통고3), 유현조(18·천안중앙방통고3)와 함께 한국 대표로 나선다.

김민솔은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어갈 유망주다. 김민솔이 골프채를 잡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범상치 않은 그를 보고 골프를 권한 건 다름 아닌 큰아버지였다. 또래와 비교했을 때 머리 하나 이상 클 만큼 월등한 키와 체격, 거기에 차분한 성격까지 골프를 하기엔 안성맞춤의 조건이었다. 김민솔은 “체격이 큰 것도 있었지만, 성격적인 면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차분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큰아빠가 부모님께 어릴 때부터 ‘골프를 시켜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국가대표 김민솔이 지난달 11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김민솔은 주니어 시절 펄펄 날았다. 2019년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2022년 블루원배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과 송암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 6월에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쟁쟁한 프로 선수 121명이 참가한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아마추어 1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무서운 실력의 막내다.

그럼에도 김민솔에게는 결과보다 아쉬움이 더 컸던 대회이기도 하다. 그는 “큰 대회를 경험해보니 내가 아직 코스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특히 짧은 파4홀에서는 유틸리티나 우드로 티샷을 해야 하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 무조건 드라이버를 잡는 등의 실수가 있었다. 한국여자오픈 경험을 토대로 코스 공략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민솔은 178㎝의 큰 키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샷이 장점이다. 그는 한국여자오픈 당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62야드(약 240m)를 기록했다. KLPGA 투어 최고 장타자인 방신실의 이 대회 기록(265야드)과 비교해도 평균 3야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자골프 국가대표 김민솔이 지난달 11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김민솔 개인뿐 아니라 한국 여자골프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선전이 필요하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한국 여자골프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개인전 입상에 실패했고, 단체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은메달을 기록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014 인천 대회까지 단체 혹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었던 한국 여자골프지만 지난 대회에서 이 기록이 끊겼던 것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면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한국 여자골프 팀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골프 종목 첫 금메달 획득을 위해 세계랭킹 4위 인뤄닝 등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자국 선수들을 출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도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LPGA 투어 소속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에 대회가 열리는 골프 코스와 잔디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다. 중국 측은 항저우 서호 국제골프코스 개방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깜깜이 대회’나 마찬가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만 하더라도 1년 반 전부터 코스 적응은 물론 현지 하우스 캐디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꾸준히 현지답사가 가능했다.

김민솔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의 무게감에 대해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특별히 어떤 나라가 경쟁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내 플레이만 하면 된다. 부담감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겨울 전지훈련 때 세계랭킹 2위 고진영과 방을 함께 썼던 김민솔은 "쇼트게임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그린 주변에서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줬다"면서 “라운드를 할 때마다 진영 언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한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있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로 자신을 다잡는 중이다. 김민솔은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 견고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LPGA투어 선수가 출전해도 금메달은 내가 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훈련 중”이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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