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신자 1450명인 몽골 역대 첫 방문
급격한 서구화로 가톨릭 관심 높아
프란치스코(86) 교황이 1일(현지 시각)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몽골을 찾았다. 2000여 년 기독교 역사상 가톨릭 교회 수장의 첫 몽골 방문이다.
교황은 이날 오전 이탈리아항공(ITA항공) 전용기 편으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 바트뭉흐 바트체첵 몽골 외교장관의 환대를 받았다. 휠체어를 탄 교황은 몽골식 말린 치즈를 맛보는 전통 환영 의식도 치렀다. 그는 좌골 신경통과 무릎 통증으로 작년 5월부터 자주 휠체어를 사용해왔다. 교황은 앞으로 4박 5일간 몽골에 머무르며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와 고위 관료, 종교 지도자 등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오는 3일 오후에는 울란바토르 시내의 대형 아이스링크 ‘스텝(Steppe) 아레나’에서 대규모 공개 미사도 집전한다.
몽골은 공식 가톨릭 신자가 1450명밖에 안 되지만, 교황청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톨릭 불모지인 중앙아시아에서 교세(敎勢)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인구 330만 중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약 60%이며, 대부분 라마 불교를 믿는다. 그러나 급격한 서구화로 가톨릭과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황은 “이번 방문이 비록 (교인의) 숫자는 적지만 활기차고 역동적인 몽골 교회를 포용할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의 방문은 인접국인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교황의 지속적인 평화 촉구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고 있고, 정교회가 이를 지지해 교황청과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교황청은 또 14억 중국 인구의 복음화(선교)에도 큰 관심이 있다. 중국공산당은 종교를 부정하고, 주교를 직접 임명하는 등 중국 가톨릭교회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해왔다. NYT는 “교황청은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몽골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방문엔 한국인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과 이용훈 주교회의 의장,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한국 가톨릭교회 핵심 인물 7명이 대거 동행했다. 또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3일 공개 미사 식전 행사에서 ‘아베 마리아’와 ‘생명의 양식’ 등 노래를 부른다. 임형주의 공연은 몽골 가톨릭교회가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둘째로 큰 한국 가톨릭교회는 몽골과 중국 등의 복음화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주(駐)한국 교황청 대사가 주몽골 교황 대사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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