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서방 물결?… 아프리카 독재국, 거센 성소수자 탄압

류재민 기자 2023. 9. 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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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케냐 등 反동성애 입법 붐
지난 7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우간다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과 만난 장면. 라이시 대통령은 "오늘날 서방은 동성애를 조장함으로써 인류의 세대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라며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을 문명사회의 지표로 삼으려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러운 일 중 하나다”라고 우간다의 반동성애 정책에 대한 연대를 표시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나이지리아 경찰이 기자회견을 갖고 동성 커플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200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이 중 67명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체포 작전이 벌어지기 11일 전에는 우간다에서 동성 성관계를 한 혐의로 21세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5월 우간다 정부가 동성애금지법을 제정한 이래 첫 번째 기소다.

최근 아프리카 나라들이 잇따라 강력한 반동성애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연이어 동성혼 허용 등 성소수자 인권 증진책을 도입하는 것과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반동성애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반동성애 풍토가 강한 나라들은 대개 이슬람 영향권에 있거나 부족주의 전통이 강한 약소국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는 전혀 다르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경제 대국이고, 우간다는 기독교(84%) 인구가 이슬람(12%)을 압도한다. 역시 71%가 기독교도이고, 아프리카에서 서구식 민주주의가 가장 잘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나에서도 ‘인권과 가족 가치 법안’이라는 이름의 동성애금지법 제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각국은 동성애를 단순히 법적 금지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흉악범 못지않게 강력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우간다의 동성애금지법은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동성 커플이 결혼할 경우 징역 14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가나의 동성애 금지법안은 동성애 ·성전환 및 동성애 옹호 행위에 대해 최장 징역 10년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반동성애법 감사"… 관제 데모? - 지난 5월 31일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의 초강력 동성애 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가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 중 한 명이 ‘반동성애 법안에 서명해준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우간다의 동성애 금지법은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른 국가들도 점차 동참하는 흐름이다. BBC에 따르면 케냐에서도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동성애 처벌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케냐는 2019년 법원에서 동성애 인권단체를 합법 단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정도로 상대적으로 동성애에 관대한 나라로 알려졌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탄자니아 역시 최근 정보통신부가 동성애 관련 소셜 미디어 계정 3000여 개를 강제로 폐쇄하고, 동성애 관련 내용이 담긴 책을 일선 학교에서 금지 도서로 선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는 등 반동성애 정책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전체 54국 중 동성애를 처벌하는 나라가 지금의 32국에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우선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권력 기반 구축의 수단으로 반동성애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간다의 경우 요웨리 무세베리 대통령이 37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짐바브웨를 37년 동안 철권 통치하다 축출된 로버트 무가베(1924~2019)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동성애자에 대해 “개나 돼지보다도 못한 존재들”이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의 뒤를 이어 집권한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도 “성별이 같은 사람들은 결혼이 불가능하다”며 동성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다른 대륙의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반동성애 정책을 본보기로 삼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성소수자 관련 출판물과 영상물을 미성년자에게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고, 지난해에는 이 적용 대상을 전 연령대로 확대하며 반동성애 정책을 강화했다. 중국 역시 성소수자 행사가 금지되거나, 온라인의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가 강제 삭제되는 등 묵시적 반동성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반서방 연대 구축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안보·경제 지원에 적극적이다.

반동성애 바람의 또 다른 저변으로 아프리카 특유의 종교적 근본주의를 꼽는 시각도 있다. 아프리카를 식민통치했던 서방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의 영향으로 이슬람에 이어 기독교까지 보수적 근본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아프리카 대륙의 기독교와 무슬림 지도자들은 동성 간 성관계를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며, 종교 외에도 정치·지역사회 지도자 등 엘리트들은 지속적으로 동성애 관습이 ‘서구의 악(惡)’을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의 성소수자 인권을 연구하는 애슐리 커리어 미국 신시내티대 교수는 “억압적인 반성소수자 정책은 선거 기간 동안 더 강력하게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서방은 우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우간다의 동성애 금지법 제정 직후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이 부끄러운 법은 인권 침해와 부패가 우려스러운 추세를 보이는 우간다에서 발생한 최근의 사례”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유엔도 비판 성명을 내고 “우간다의 인권 상황에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반면 일부 권위주의 국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반기고 있다. 강력한 이슬람 보수주의 국가인 이란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7월 우간다를 찾아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을 문명 사회의 지표로 삼으려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러운 일 중 하나다”라고 초강력 동성애 처벌법 제정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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