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8세+1%p 상향’ 돼야 2093년에도 기금 유지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보험료를 더 내고 같은 금액을 받되 더 늦게 받는’ 방향의 연금 개혁 밑그림을 내놨다. 현재 월 보수의 9%인 보험료를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올려 5~15년간 12~18%로 높이고, 연금 받는 연령도 66~68세로 늦추며 기금 운용 수익률은 0.5%포인트,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조합했다. 현재 40%인 연금의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올리는 개선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소진된다. 그 이후 세대는 최고 34.9%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번 개혁 시나리오는 소진 시점을 최대 2093년 이후까지 늦출 수 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에 앞서 “올해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1998년 이후 9%로 묶여 있는 보험료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 받는 나이도 65세에서 68세까지 늦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적 연금 평균 보험료율은 18.3%, 소득대체율은 42.2%다.
보건복지부는 재정계산위 보고서를 참고해 10월 말까지 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위원회가 2~3가지 유력안 대신 18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데 그쳤고, 정부가 10월 말 1~2가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여야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연금개혁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연금 개혁에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 바람에 기금 소진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연금을 둘러싼 여건도 악화했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명대로 떨어졌고 고령화 속도도 빨라졌다. 이날 재정계산위는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과 연금 받는 나이, 기금 수익률 등 3가지 변수를 조합해 18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먼저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고 연금 받는 나이를 68세로 늦추며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상향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10년간 올리고 연금 받는 나이도 2033년 이후 5년마다 1세씩 늦춰 68세로 조정하는 것이다. 기금 수익률도 연 5.5%로 만든다. 이럴 경우 월 소득 300만원 근로자의 현재 보험료는 매달 27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인데 보험료율이 15%가 되는 2034년부터는 월 45만원을 내야 한다.
보험료율 18%에 연금 받는 나이 68세와 기금 수익률(0.5%포인트 또는 1%포인트) 상향을 하나 이상 조합한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15년간 올리고 연금 수령도 2033년 이후 5년마다 1세씩 늦추는 것이다. 이때는 월 소득 300만원 근로자의 보험료는 매달 27만원에서 2039년(보험료율 18%)에는 54만원이 된다.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2%로만 올리면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계산됐다. 12% 인상 때는 연금 받는 나이를 68세로 늦추고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끌어올려도 2080년이면 기금이 소진된다.
재정계산위는 노인 빈곤율 완화를 위해 저소득 가입자 지원, 군복무·출산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 집중 등도 제안했다. 현재 ‘출산 크레디트’는 둘째 출산 때부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것인데 이를 첫째부터 12개월씩 인정해주고, ‘군복무 크레디트’도 현재 6개월에서 복무 기간 전체 인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번 5차 재정계산위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이해와 설득이 가장 중요한데 ‘더 내고 늦게 받되 연금액은 그대로인’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고 했다. 재정계산위는 5년마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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