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광산 개발·제품 연구… 배터리 소재 ‘200조 시장’ 선점
지난 4일 오후 경북 포항 영일만산단. 포항제철소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이곳엔 배터리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가 세운 리튬, 전구체, 양극재, 폐배터리 처리 공장이 모여 있다. 2016년부터 2조9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양극재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에코프로를 필두로 다른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창출한 일자리만 3000여 개. ‘철의 도시’였던 포항이 ‘배터리의 도시’로 재탄생한 셈이다. 주민 조현우(32)씨는 “철강 경기가 어려워 걱정이 컸는데, 이차전지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한국은 반도체·휴대폰·조선·철강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아킬레스건이었다. 특히 반도체 소부장에선 일본·미국·유럽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소부장만큼은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고 기술력의 배터리 3사를 보유한 덕분에 일찍부터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양극재뿐 아니라 양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광물(리튬·니켈)과 전구체·음극재·분리막에 이르는 생태계가 조성되는 한편, 배터리 장비 산업까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배터리 소재 시장은 지난해 73조원에서 2030년 196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양극재’는 이미 강자... 전구체·음극재·분리막도 한다
한국 양극재 업체들은 2000년대부터 기술을 축적해 국내 배터리 업체에 본격 공급하면서 급성장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중국이 주로 하는 LFP 계열과 한국이 주도하는 삼원계로 나뉘는데, 한국은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 세계 1위 에코프로를 포함해 LG화학·포스코퓨처엠·엘엔에프까지 4대 업체가 글로벌 점유율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윤성훈 중앙대 교수는 “우리는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는 소성(燒成·불로 구움) 기술에 집중해 일본과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산업에서 한국의 최대 약점은 ‘전구체’였다. 양극재의 전 단계인 니켈·코발트·망간 혼합물로, 90%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도 전구체 생산에 대거 뛰어들면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미 양산을 시작했고, LG화학·고려아연은 합작 공장을 세웠고, 엘앤에프와 LS그룹은 새만금에 연내에 전구체 공장을 착공한다.
음극재에선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5위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엘앤에프도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과 손잡고 국내 음극재 합작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게 막아주는 분리막에서는 SKIET가 최근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음극재 코팅 재료인 동박은 SK넥실리스가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리튬·니켈까지 확보… 배터리 장비는 세계 최고
우리 기업들은 기초 원료인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에 1350만t의 탄산리튬이 매장된 염호를 확보했고,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산, 탄자니아 흑연 광산 등에도 투자했다. LS엠앤엠과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장비 산업도 한국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2010년대부터 관련 장비 생산에 주력해 온 디이앤티, 에이프로 같은 장비 기업들이 주역이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이차전지 소재는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핵심 기술을 육성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재 등 배터리 4대 소재
재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이차전지라고 한다. 이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양극재는 ‘집’, 음극재는 ‘회사’에 비유된다. 전자 제품을 충전하면 배터리의 양극재 원료인 리튬은 이온(정전기를 띤 원자) 형태로 음극재로 이동한다. 회사로 가서 일할 준비를 하는 셈이다. 이후 전원을 켜면 음극재의 이온이 다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분리막은 회사와 집을 분리해주는 역할로, 화재를 예방한다. 전해질은 리튬이 이동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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