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공로자 회장 “이승만 유족의 사과, 꼬인 매듭 풀라고 있는 것”

양지혜 기자 2023. 9. 2.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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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인터뷰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4·19혁명 공로자회

“이승만 전 대통령 유족과 기념사업회 분들이 4·19 영령들에게 참배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제는 저희도 마음 열고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박훈(81) 4·19혁명공로자회장은 1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인수(92) 박사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 민주 묘지에서 참배를 마치자 “고령에 건강도 안 좋으신 분이 직접 영령들을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 진심을 느꼈다”고 했다. 4·19혁명공로자회와 민주혁명회, 혁명희생자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은 “먼저 사과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날 참배 현장에 오지 않았다.

그는 “벌써 (4·19로부터) 63년이 지났다. 이 전 대통령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공과가 있는데, 이제는 서로가 이해하면서 발전적인 대화를 해야 할 시기라고 느낀다”면서 “계속 응어리진 채 살 수는 없다. 우리가 한국 현대사의 ‘꼬인 매듭 1세대’인 셈인데, 매듭은 풀라고 있는 거지 더 엉켜서는 안 된다. 앞으론 매듭을 푸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4·19혁명 때 고3 학생이었다. 시위 현장에 끝까지 남아 부상자들을 돌본 점을 인정받아 2010년 건국포장을 받았다. 그는 “용기 있는 자만이 용서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는 묻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라면서 “앞으로 4·19 관련 단체들을 설득해 현충원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앞서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도 가해자 측의 참회를 받아들였다.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69) 사단법인 국민화합 상임이사는 계엄군에 체포돼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3년간 복역했지만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하나가 된 대한민국을 위해 화해하고 용서했으면 한다”고 말해 큰 울림을 줬다. 그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화합·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단된 나라가 통일되기는커녕 지역·정파·계층으로 나뉘어 더 갈등하고 싸우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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