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여야 안 가리고 조선인 희생자 추모
도쿄서 ‘100주년 추념식’ 열려
日 정부측 인사는 참석 안해
일본 도쿄 도쿄국제포럼 행사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殉難者) 추념식’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자민당) 등 일본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에선 정진석 의원(국민의힘·한일의원연맹 회장),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간사장) 등이 참여했다. 10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때 무고하게 학살당한 수많은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는 일본·한국, 여당·야당을 구분치 않고 많은 정치인이 참석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 측 인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 윤덕민 주일 대사는 추도사를 통해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 그 자체”라며 “당시 일본 사법성(법무부)은 대지진 후 한국인을 살해한 죄로 367명의 일본인이 기소되었다는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이어 “불행한 과거가 남긴 상처를 되돌아보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지난 5월 한일 양국 정상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듯이, 담대한 용기를 가지고 서로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가수 장사익씨는 이날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일본어 한마디 못한 채로 이삼십 대에 돈 벌러 일본에 갔다가 영문도 모르고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젊은이를 기리기 위한 추모곡이었다. 500여 명이 꽉 찬 행사장에 장사익씨가 굵은 저음으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고 노래하자 재일교포 유명 프로레슬러였던 고(故) 역도산씨의 아내인 일본인 다나카 게이코씨가 눈물을 흘렸다.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단장은 “해방 후인 1946년 재일교포들이 민단을 만들고 다음 해부터 추도식을 열었지만, 일본 정치인들이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행사 후 만난 하토야마 전 총리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 “잘못한 것에 대해선 제대로 사죄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당시 유언비어 탓에 많은 생명을 (일본인들에게) 빼앗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야권 인사인 그는 “과거로부터 눈을 돌리면 미래도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과거에 대해선 역시 일본 정부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지금의 정부가) 그게 안 되는 건 유감이며 (한국인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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