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기획·신학림 실행... 허위 인터뷰, 대선 3일전 터뜨렸다

이세영 기자 2023. 9. 2. 03: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이 부산저축銀 수사 봐줘” 주장
인터뷰 공개 다음날, 민주당 총공세
“김만배가 1억6500만원 주고 산 책”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집 근처에서 ‘대장동 사건’ 주범인 김만배씨에게 1억6500만원에 팔았다는 자신이 펴낸 책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 지도’를 기자들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뉴스1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1일 신학림(65)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신씨는 2021년 9월 15일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와 인터뷰하고, 대선 사흘 전에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김씨의 허위 인터뷰 내용을 자신이 전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인터뷰 직후 김만배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1억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압수 수색 영장에 “신씨는 인터뷰 내용을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전 보도해 달라는 김만배씨의 청탁과 함께 2021년 9월 20일 1억620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등의 혐의를 적시했다고 한다.

그래픽=송윤혜

뉴스타파는 작년 3월 6일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인터뷰’ 녹음 파일과 그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그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인 조씨가 2021년 11월 등 몇 차례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받을 때 만났던 검사는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 “2021년 9월 김만배씨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 신씨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

김만배씨 인터뷰는 2021년 9월 초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직후 이뤄졌고 그 한 달 뒤부터 민주당이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뉴스타파 보도 시점은 대선 사흘 전”이라며 “대선 개입이 의심된다”고 했다.

신씨는 이날 “내가 쓴 책 세 권을 부가세를 포함해 총 1억6500만원에 김씨에게 팔았다. 김만배씨 인터뷰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씨가 녹음했던 ‘김만배 인터뷰’ 녹음 파일 편집본과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인터뷰는 지난 2021년 9월 15일 성남 판교의 한 커피숍에서 약 1시간 12분 동안 진행됐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 김만배씨에 대한 보도가 시작된 직후였다.

녹음 파일에는 김씨가 신씨에게 “(2011년 조우형씨가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씨는 “내가 박영수를 소개해 줘”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었지”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 검사였고, 조우형씨는 다른 사업자가 대장동 초기 사업을 주도할 때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였다. 박영수 전 특검의 부탁을 받은 윤 대통령이 후배 검사를 시켜 조우형씨를 봐줬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조씨가 박모 검사만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조씨는 2021년 9월 김만배씨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인터뷰에 대한 ‘입단속’ 정황이라는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김만배씨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성남시가 화천대유에 대장동 사업 운영비 250억원을 부담하도록 만든 건) 이재명이 했는지 누가 했는지 아주 기가 막히게 해놓은 거지. 이재명이 난 놈이야”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기 때문에) 내가 (이 대표) 욕을 많이 했다. 공산당 같은 XX”라고 하는 부분도 있다. 이는 다른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도 했던 말로, 이 대표가 배임 혐의를 방어하는 근거로 자주 활용했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에게 가혹하게 비용 부담을 시켰으니 배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학림씨는 이 녹음 파일을 6개월 동안 가지고 있다가 대선 사흘 전에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했다. 뉴스타파 보도는 그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올라갔고 대부분 추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좋아요’ 수가 조회 수보다 많은 게시물이 발견되고 자정쯤 2만개가 넘는 댓글과 추천 수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은 작년 8월 뉴스타파 보도 관련 게시물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기계적 조작으로 추천 수를 높인 용의자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보도 다음 날인 작년 3월 7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당했던 이재명이 해왔던 말이 맞았는지, 대장동 몸통이라며 누명 씌우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진실인지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 달라. 그리고 3월 9일 투표로 보여달라”고 썼다.

뉴스타파 보도에 앞서, 민주당은 신씨가 김만배씨를 만난 지 한 달 뒤인 2021년 10월부터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해 10월 16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TV 토론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줬느냐”고 물었다.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저희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대장동 몸통이 왜 윤석열과 박영수인가가 드러나는 김만배 녹취록이 공개됐다”고 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비리의 시작점인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부터 화천대유에 이르기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윤석열 특검’을 요구했다.

신씨가 1억6500만원에 팔았다는 책 세 권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 지도’ 1~3권이다. 2020년 출간됐는데 현재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신씨는 이날 “책 판권(版權)을 넘긴 게 아니라 책 세 권을 넘긴 것”이라며 “판권을 왜 넘기느냐. 몇 십억 원 받아야 하는데”라고도 했다.

신씨는 1984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미디어오늘 사장, 뉴스타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김씨와는 한때 한국일보 동료였다.

한편, 뉴스타파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기사는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나갔다”면서 “신씨가 자신의 저작물을 김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뉴스타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