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조 빚더미 한전 사장에 대선 캠프 출신 정치인 임명한다니
한국전력 새 사장에 정치인 김동철 전 의원이 낙점됐다. 1962년 한전 설립 후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다. 4선 의원으로 국회 산업통상위원장을 지냈지만 한전 사장 적임자로 보기엔 거리가 멀다. 그는 정치 이력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윤석열 대선 후보 특별 고문과 인수위 국민통합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보은 인사’인 셈이다. 대선 후 공기업 사장에 선거에 기여한 인물을 앉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한전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
우량 공기업의 대명사였던 한전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정치 논리에 휘말려 빚더미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문 정부는 탈원전 한다면서 값싼 원전 가동을 줄였고, 탈원전이 비판받을까 봐 5년 내내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그 결과 한전은 한 해 30조원 이상 적자를 내며, 부채가 200조원을 웃도는 만신창이 기업이 됐다.
문 정부는 한전을 선거용 현금 출납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호남 득표 공약으로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가는 한전 공대 설립을 떠안기고, 공기업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해 5년간 신규 채용을 7700명이나 늘려 인건비 지출을 30% 이상 불려놨다. 한전 사장이라면 정치 광풍을 온몸으로 막았어야 마땅한데, 당시 한전 사장은 반대는커녕 오히려 앞장섰다.
한전을 정상화하려면 정치를 배제하고 경제 논리에 입각해 전기 요금을 결정하고 방만한 경영과 조직을 수술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외한인 정치인을 낙점했다. 지난 2010년 일본항공이 빚더미 부실기업이 되자, 일본 정부는 경영 전문가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일본항공은 과감한 구조 조정 덕에 불과 2년 반 만에 흑자 회사로 탈바꿈했다. 한국에선 왜 이런 해법을 볼 수 없나.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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